'중국'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대만해협 안정' '코로나 발병조사'
中이 꺼리는 단어 곳곳 등장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현지 매체들은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文 ‘중국’ 직접 언급은 피했지만…
미·중 패권경쟁과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개최 이전부터 공동성명에 담길 대중국 메시지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회담 이후 양국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미국 기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자세에 한국이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도록 물밑에서 압박했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행히 그런 압박은 없었다”고 웃으며 답변했다.그러나 우회적인 문구에도 불구하고 성명서에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사안이 곳곳에 포함됐다. 양국은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 “5G(5세대) 및 6G 기술과 반도체를 포함한 신기술, 공급망 회복력 등에 대한 새로운 유대 강화” “메콩지역의 지속가능한 개발” 등도 모두 중국을 겨냥한 표현들로 해석된다.
친중국 성향에 불만을 나타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던 세계보건기구(WHO)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거나 한·미 양국이 코로나19 발병의 기원에 대한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분석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역시 중국으로선 불편한 대목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해서는 특히 중국과 대만 사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 지역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공감했다”며 양안 관계를 언급해 중국 측을 배려했다.
하지만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대만’을 언급함으로써 한·중 관계는 끝났다”며 “쿼드는 비교적 기술적이고 우회적으로 잘 언급했지만 한·미 미사일지침 해제와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협력에 보태 대만까지 언급함으로써 한국이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편에 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좀 언짢을 순 있겠지만 이 정도 수위에서 우리 측에 제재나 압박을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中언론 “대만 언급은 내정간섭”
중국에선 한·미 양국이 대만과 남중국해를 언급한 데 대해 “내정 간섭”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이후 중국 매체들이 일본을 향해 ‘미국의 속국’이라고 맹공격한 것에 비하면 비판의 수위는 낮다는 평가다.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문 대통령이 중국의 ‘레드 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냈고 한국의 원칙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수석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 언급은 예상된 것이었으며 두 나라가 중국 문제에 도달할 수 있는 최대 합의점이었다”고 했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구축과 코로나19 백신 지원에 협력하기로 한 대목에 더 주목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런 조치가 한국이 대중 봉쇄 정책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미국의 전술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도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대만 문제 등 정치·군사적 부문에서 미국의 압박을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지화 반도체산업 애널리스트는 환구시보에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한국의 삼성 등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지만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한국의 산업이 중국과 깊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문혜정 기자/베이징=강현우 특파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