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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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 산악마라톤 대회 도중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23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북서부 간수성 성도 란저우에서 개최된 100km 산악횡단 마라톤대회 크로스컨트리 대회 도중 2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까지 16명의 사망이 확인됐고, 5명이 실종 상태라 밝혔지만 이날 오후 최종적으로 21명이 사망했다는 게 구조 당국의 발표였다.

마라톤 참가자 172명 중 사망한 21명을 제외한 151명은 구조가 완료됐다. 경상을 입은 8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서로의 체온 나누며 버텼다"

지난 22일 오전 징타이현 바인시에 있는 황하 석림에서 출발한 이 마라톤 대회는 악천후가 예보되는 상황에서도 대회를 강행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산지대라 안 그래도 기온이 낮았는데 강풍이 불고 폭우까지 쏟아지면서 희생자 대부분 저체온증을 앓았다.


대회 참석자들의 조난과 구조 상황은 중국의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웨이보를 통해 실시간으로 게재되면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가족, 친구들에게 "다른 참가자들과 붙어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몇몇 선수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쓰러진 참가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한 참가자는 "시작할 때부터 비바람이 심했다"며 "다른 참가자들은 곧 그칠거라 예상했지만, 굵어진 빗줄기가 얼굴이 아플 정도로 쏟아져 기권했다"며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로 '기권'을 꼽았다.

28만원 참가비 받으려…

악천후 속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대회에 참여한 이유는 해당 코스가 통상 대회보다 난이도가 높지 않은 편이었고, 완주할 경우 1600위안(약 28만원)의 현금을 격려금으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폭우와 우박, 천둥번개, 강풍 등의 기상국의 예보에도 경기를 취소하지 않은 주최 측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간수성 기상국은 21일 일기예보를 통해 "21일과 22일에 강풍과 강우, 기온 하강이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기온 급변 1시간 전에도 "기온 하강과 강풍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

마라톤대회 시작 전부터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주최 측은 경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기상 악화가 심해지자 뒤늦게 경기는 중단됐고, 이미 참가자들이 실종되고 곳곳에서 낙오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회 코스가 험준한 산악 구간이라는 점에서 차량 진입도 쉽지 않았고, 구조까지 시간이 지체됐다는 점도 인명 피해를 키운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회를 주최한 바이인시 당국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깊은 가책과 책임을 느끼고, 돌아가신 분들에 애도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유족과 부상자들에게도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간수성 역시 조사팀을 꾸려 사건 원일을 심층 조사하겠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