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위의 송영길, 말 아끼며 취임초 신중 행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최대 현안인 청문 정국 해법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며 신중한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취임 후 당분간은 당내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 행보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설화에 휘말렸던데 따른 우려를 불식하며 집권여당 대표로서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10일 민주당에 따르면 송 대표는 5·2 전당대회 승리 직후를 제외하고는 일주일 남짓 개별 언론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한 공개 석상에서도 즉흥적인 대응 없이 정제된 발언만 짧고 굵게 마무리하려는 모습이다.

전날 고(故) 이한동 전 국무총리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장관 후보자 3인의 거취에 대한 견해를 질문받고서도 "그걸 여기에서 얘기해야 하나"라고 넘기며 즉답을 피했다.

평소 언행에 거침이 없고, 추진력이 강한 스타일로 잘 알려진 송 대표로서는 사뭇 달라진 모습 아니냐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온다.

그는 대표 취임 후 이미 한차례 말실수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7일 기러기 가족에 대해 "남편이 혼자 술 먹다 돌아가시는 분도 있고 여자는 가서 바람이 나 가정이 깨진다"고 말했다가 도마 위에 오르자 수석대변인을 통해 사과하며 자세를 낮춘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표가 개인 의견이 당 전체의 의견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당무 파악을 마칠 때까지는 언론 인터뷰나 백브리핑도 당분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친문 색채가 옅다는 지적을 받아온 송 대표가 향후 당청 화합과 대야 관계 설정을 염두에 둔 차원에서 민감한 현안에 입을 열지 않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대에서 당내 친문 핵심 인사인 홍영표 의원에게 0.59%포인트 차이로 진땀승을 거뒀다는 점도 송영길호(號) 지도부의 과감한 움직임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친문이 원내대표와 선출직 최고위원직에 포진한 상황에서 조율을 거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지도부내 내홍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게 송 대표로선 부담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송 대표 취임 직후 전화 통화와 독대를 통해 "원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청 간 협력 기조를 당부해오고 있다.

다만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을 기치로 내걸고 당 사령탑에 오른 송 대표로서는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기존의 당의 주류와 차별화하는 행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지도부 인사는 "외교통일위원장과 당 대표는 발언의 영향력이 다르다.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당의 기본적인 노선 방향을 완비하고 나면 대표가 다시 활발한 대외 소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