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 / 사진=연합뉴스
굶으면서 살을 빼는 건 최악의 다이어트 방법으로 꼽힌다. 짧은 기간 겉보기에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체력을 해칠 수 있어서다. 지방과 근육이 함께 빠지는 '근손실'은 운동인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증권가에서 한국전력의 '근손실'을 우려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29일 하나금융투자는 한국전력의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하향하면서 한전이 "굶으면서 하는 다이어트" 중이라고 평가했다. 목표주가는 2만5000원으로 기존 대비 28.6% 하향했다.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내렸다.

탄소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정책 비용이 한전의 부담으로 쌓이고 있어서다. 지방을 무리하게 감량하느라 근손실이 나듯 탄소 감축 과정에서 한전의 자본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50 탄소중립 계획에서 발전부문의 감축 규모가 목표 달성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석탄발전량, 나아가 가스발전량을 감축하는 게 발전부문 핵심 이슈로, 한전은 한국 전력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감축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며 "문제는 체질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탄소중립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계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다. 한국은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추진 중이다.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좋은 석탄발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만큼 자본손실 규모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한전은 발전사들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일부를 보전해주고 있다.

유 연구원은 "정책 비용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자본이 조달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원가 증분만큼의 판가 상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와 한전은 작년 말 전기요금에 원가를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반영해 연료비 조정단가를 인상하지 않은 상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6월과 9월 각각 kWh당 3원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가정하더라도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6609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되면 2019년 1조2765억원의 영업적자를 내고 작년 흑자 전환한 뒤 다시 적자 전환하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곳간이 넉넉해야 인심이 나는 법이고 재무구조가 탄탄해야 정책이 지속성 있게 유지될 수 있다"며 "늘어나기만 하는 정책비용을 제한적인 자기자본으로 부담하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