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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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日식품·美해산물 안전"
안전성 문제삼는 건 '자승자박'
"日 국민도 불안해 한다" 따져야
정영효 도쿄 특파원
안전성 문제삼는 건 '자승자박'
"日 국민도 불안해 한다" 따져야
정영효 도쿄 특파원
“미국과 일본산 식료품 샘플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더라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식품과 미국의 해안에서 잡히는 해산물을 포함한 미국산 식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현장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지난 1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발표한 성명이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보낸 오염수는 해류를 따라 가장 먼저 미국과 캐나다의 해안에 도달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아직 방류되지도 않았는데 FDA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즉각 공표한 것은 미국의 농수산물에 미칠지도 모르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미국의 중요한 수출산업인 농수산물에 대한 국제사회의 방사능 오염 우려를 사전 차단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오염수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를 지시한 것과 대조적인 접근법이다. 한국 정부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도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의 안전성을 문제 삼으면 일본은 한국 원전이 내보내는 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더 짙다고 반박한다.
한국이 사고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원전의 처리수가 같냐고 따지면 일본은 방사성 농도는 물 1L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양을 따질 뿐 사고 원전, 정상 원전의 구분은 없다는 국제기준을 들이민다.
결론이 나지 않는 싸움일뿐더러 무엇보다 한국이 이겨도 문제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건강에 위협이 되고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에 도달한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치자. 그때는 전 세계가 한국산 농수산물의 수입을 중지시킬 것이다. 우리 농수산물이 방사능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 인정했으니 말이다.
도쿄의 외교가에서 한국 정부의 공격 포인트가 잘못됐다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과학적인 수치를 가지고 싸울 일이 아니다. 차라리 대소변이 들어있는 변기물을 투명하고 검증된 절차에 따라 정수처리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깨끗한 물이니 마셔보라’고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억지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접근법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1977년 ‘알라라(ALARA)’라는 원칙을 정했다. 방사성 피폭량을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줄이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자신의 선택하에 자신에게 이득이 있을 때만 쬐라는 원칙이다.
태평양 바닷물을 전부 끌어들여 오염수를 희석시킨다 하더라도 일본의 결정은 알라라 원칙에 위배된다. 우리 국민은 그저 일본의 이웃 나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니고 이득이 되는 것도 없는데 방사능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은 원전 1기를 지을 때도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회원국들의 협조체계는 인류가 지난 수십 년간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원전 건설 결정부터 예상되는 방사성 폐기물의 양, 처리 방안, 공사 진행 상황 등 원전 1기를 완성하는 데 회원국들과 소통하는 기간이 보통 10년이 걸린다. 일본이 ‘2022년이면 오염수 보관 탱크가 가득차기 때문에 시급히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염수를 이슈화한 건 2018년이다. 원전 건설보다 인류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불과 3년 만에 내렸다.
일본의 결정 당일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면서 “지극히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과학적 논란으로 문제를 끌고 들어가는 대신 국제사회에서 책임감이 없는 나라로 만들어 일본을 코너로 몰아넣은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서면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일본인의 70%는 “(오염수) 방출은 신체에 위험하고 유해하다”고 우려했다.
이제부터라도 대응 전략을 바꿔 일본에 따져 물어야 한다. 국제기준을 만족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만 반복할 게 아니라 자국민도 납득하지 못하는 결정을 이웃나라에 강요하지 말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보이라고.
도쿄대는 2018년 도쿄 등 5개 지역의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다. 원전 사고 직후에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구입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41.9%, ‘구입하고 싶다’는 9.1%였다. 2018년에는 ‘구입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13.9%로 줄어든 반면 ‘구입하고 싶다’는 27.4%로 늘었다.
인식이 크게 변한 것 같지만 주목할 부분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답한 소비자의 비율이다. 사고 직후 49.0%였던 비율이 2018년 58.7%로 오히려 증가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말을 삼가는 일본인의 성향과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꺼린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뭐라고 말할 수 없다’는 소비자도 ‘구입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소극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도쿄 도심의 슈퍼마켓에선 값이 싼데도 진열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농수산물을 종종 볼 수 있다. 원산지를 확인해 보면 어김없이 후쿠시마산이다.
hugh@hankyung.com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현장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기로 결정한 다음날인 지난 1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발표한 성명이다.
후쿠시마 앞바다에 보낸 오염수는 해류를 따라 가장 먼저 미국과 캐나다의 해안에 도달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아직 방류되지도 않았는데 FDA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즉각 공표한 것은 미국의 농수산물에 미칠지도 모르는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미국의 중요한 수출산업인 농수산물에 대한 국제사회의 방사능 오염 우려를 사전 차단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오염수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문재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를 지시한 것과 대조적인 접근법이다. 한국 정부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도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트리튬)의 안전성을 문제 삼으면 일본은 한국 원전이 내보내는 처리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더 짙다고 반박한다.
한국이 사고 원전에서 발생한 오염수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원전의 처리수가 같냐고 따지면 일본은 방사성 농도는 물 1L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양을 따질 뿐 사고 원전, 정상 원전의 구분은 없다는 국제기준을 들이민다.
결론이 나지 않는 싸움일뿐더러 무엇보다 한국이 이겨도 문제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건강에 위협이 되고 해류를 따라 우리나라에 도달한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치자. 그때는 전 세계가 한국산 농수산물의 수입을 중지시킬 것이다. 우리 농수산물이 방사능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을 우리 스스로 인정했으니 말이다.
도쿄의 외교가에서 한국 정부의 공격 포인트가 잘못됐다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과학적인 수치를 가지고 싸울 일이 아니다. 차라리 대소변이 들어있는 변기물을 투명하고 검증된 절차에 따라 정수처리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깨끗한 물이니 마셔보라’고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억지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접근법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1977년 ‘알라라(ALARA)’라는 원칙을 정했다. 방사성 피폭량을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줄이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자신의 선택하에 자신에게 이득이 있을 때만 쬐라는 원칙이다.
태평양 바닷물을 전부 끌어들여 오염수를 희석시킨다 하더라도 일본의 결정은 알라라 원칙에 위배된다. 우리 국민은 그저 일본의 이웃 나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니고 이득이 되는 것도 없는데 방사능의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은 원전 1기를 지을 때도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회원국들의 협조체계는 인류가 지난 수십 년간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원전 건설 결정부터 예상되는 방사성 폐기물의 양, 처리 방안, 공사 진행 상황 등 원전 1기를 완성하는 데 회원국들과 소통하는 기간이 보통 10년이 걸린다. 일본이 ‘2022년이면 오염수 보관 탱크가 가득차기 때문에 시급히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염수를 이슈화한 건 2018년이다. 원전 건설보다 인류에게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불과 3년 만에 내렸다.
일본의 결정 당일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주변 국가 및 국제사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했다”면서 “지극히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과학적 논란으로 문제를 끌고 들어가는 대신 국제사회에서 책임감이 없는 나라로 만들어 일본을 코너로 몰아넣은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서면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일본인의 70%는 “(오염수) 방출은 신체에 위험하고 유해하다”고 우려했다.
이제부터라도 대응 전략을 바꿔 일본에 따져 물어야 한다. 국제기준을 만족했으니 문제없다는 주장만 반복할 게 아니라 자국민도 납득하지 못하는 결정을 이웃나라에 강요하지 말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보이라고.
日 소비자도 후쿠시마산 꺼려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꺼리는 일본 소비자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도쿄대는 2018년 도쿄 등 5개 지역의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다. 원전 사고 직후에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구입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41.9%, ‘구입하고 싶다’는 9.1%였다. 2018년에는 ‘구입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13.9%로 줄어든 반면 ‘구입하고 싶다’는 27.4%로 늘었다.
인식이 크게 변한 것 같지만 주목할 부분은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답한 소비자의 비율이다. 사고 직후 49.0%였던 비율이 2018년 58.7%로 오히려 증가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말을 삼가는 일본인의 성향과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꺼린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뭐라고 말할 수 없다’는 소비자도 ‘구입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소극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도쿄 도심의 슈퍼마켓에선 값이 싼데도 진열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농수산물을 종종 볼 수 있다. 원산지를 확인해 보면 어김없이 후쿠시마산이다.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