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급속히 살아나고 있지만 기업들은 사무실 면적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이 늘어나서다. 종전보다 낮아진 임차료 혜택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장기 계약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현지시간) 부동산 정보회사 VTS의 자료를 인용해 올 1분기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사무실 신규 계약 면적이 작년 동기 대비 평균 10%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보스턴의 투자회사인 루미스세일리스는 지난 2월 새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사무실 규모를 종전 대비 3분의 1로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집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 1분기 사무실 임차료는 1년 전보다 13%가량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충격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탓에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게 가장 큰 배경이다. 정보업체 코스타는 지난달 말 기준 사무실 공실률이 11.9%로, 2019년 말(9.7%)에 비해 2.2%포인트 높아졌다고 전했다.

라이언 마시엘로 VTS 설립자 겸 최고전략책임자는 “아직은 건물주들에게 시련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업체인 막스리얼티의 크레이그 데이텔즈위그 최고경영자(CEO)는 “고객들에게 사무실 세일 기간을 적극 이용하라고 홍보할 정도”라고 했다.

4년 이상 장기 계약이 많은 것도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변화다. 임차업체들에는 “지금 가격이 바닥”이란 인식이 커서다. VTS에 따르면 사무실을 찾는 기업의 45% 이상이 7년 이상 계약을 선호했다. 이 비중은 2019년엔 34%에 불과했다.

사무실 임차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시애틀에선 지난달 VTS를 통해 사무실을 검색한 횟수가 1월 대비 두 배 넘게 늘었다. 일부 기업은 재택근무를 영구화할 방침이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는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순환하는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