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란의 해외주식2.0'은 파괴적인 혁신기업의 핵심 사업모델을 분석해 인사이트를 발견합니다. 유튜브채널 '주코노미TV'에서 영상으로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신재생 에너지에서도 수소에너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 출시됐습니다. 미국 디파이언스자산운용이 3월9일 출시한 HDRO ETF입니다. 첫 수소 ETF인 만큼 HDRO ETF가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수소에너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소경제 밸류체인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

수소경제 하면 수소차가 제일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이해원 두산 부사장은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차도 연료전지도 아니고, 수소 공급망이라고 강조합니다. 수소를 대량 생산하고, 이를 운반 저장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수소를 대량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게 핵심입니다.

생산단계 밸류체인

수소에너지는 생산방식 별로 브라운, 그레이, 블루, 청록, 그린 수소 등 5가지로 구분됩니다. 뭔가 색깔로 봐도 그린으로 갈수록 친환경 에너지라는 느낌이 오죠?
"수소가 대세라는데…" 첫 수소 ETF가 찜한 수소기업은? [허란의 해외주식2.0]
브라운 수소는 화석연료인 갈탄에서 추출하는 수소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로서 의미가 없습니다.

그레이 수소는 2가지가 있는데요.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추출수소와 정유공장 나프타 분해시 생산되는 부생수소입니다.

먼저 부생수소는 생산단가가 저렴해 경제적인 수소 제조방법으로 꼽힙니다. 국내 부생수소는 대부분 울산, 여수, 대산 등 산업단지에서 생산되는데요. 국내 생산능력은 연간 약 243만톤으로, 주요 생산업체로는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덕양 외에 SPG산업/케미칼, 에어리퀴드코리아, 풍국주정의 자회사인 에스디지(SDG)가 있습니다.

그레이수소의 또 다른 종류로는 추출수소가 있는데요. 국내에선 전국에 천연가스 배관망이 이미 구축돼 있기 때문에 수소추출기만 설치한다면 추출수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수소추출기 기업으로는 제이엔케이히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일본 기업들입니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수소 생산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분리, 저장하는 방식(CCS•Carbon Capture and Storage)으로 생산한 수소입니다. 블루수소와 그린수소의 중간 단계로 청록수소가 있는데요. 메탄을 열분해 해서 생산하는 수소를 말합니다.

그린수소

마지막 그린수소는 전해질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를 말합니다. CO2 배출량이 전혀 없는 가장 이상적인 수소에너지이지만 그레이, 블루 수소에 비해 생산 가격이 5~6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당장 상용화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수소가 대세라는데…" 첫 수소 ETF가 찜한 수소기업은? [허란의 해외주식2.0]
수전해 방식의 그린수소는 전해질 종류에 따라 알카라인(AEC), 고분자 전해질막(PEM), 고체산화물(SOEC)로 구분됩니다.

알카라인(AEC)은 가장 보편화된 방식으로 기술력이 입증됐으나 중국 업체들이 이미 장악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KTB투자증권의 신지윤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이 AEC 수전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독성물질을 배출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고분자 전해질막(PEM)은 전류 밀도가 높아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저가의 막과 촉매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출력 변동성이 심하기 때문에 PEM 방식이 점차 대세가 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합니다.

고체산화물(SOEC)는 700도씨 이상 고온에서 작동하는 단점이 있으며 현재 기술은 기초적인 연구단계입니다.

AEC 방식 수전해 기업으로는 노르웨이 NEL, 일본의 아사이카세이가 있으며 국내에는 이엠솔류션이 있습니다. PEM 수전해 기업으로는 커민스의 자회사인 캐나다 하이드로제닉스, 영국 ITM파워, 독일 지멘스 등이 있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엘켐텍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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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수전해 설비는 2019년 14MW에서 2025년 1600MW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생산단계 밸류체인 기업가운데 HDRO ETF 보유종목으로는 네덜란드 NEL(5.22%), ITM파워(4.03%), 풍국주정(3.67%)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린수소의 핵심은 원가인데요. 현재 전세계 그린수소 가격은 Kg당 2.5~4.5달러 수준으로 2030년에는 평균 2달러까지 하락하며 경제성을 갖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운송 및 저장 단계

수소는 에너지원으로만 보면 매력이 덜합니다.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전기로 수소를 생산해 다시 전력원으로 쓰는 게 낭비죠. 하지만 잉여전력을 수소로 전환해 보관하고 장거리 운송을 한다는 점에서 보면 매력이 큽니다. 전력망 없이도 재생에너지를 더 오래 보관하고 장거리로 이동하는데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낮기 때문에 결국 그린수소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할 텐데요. 그만큼 수소 운송과 저장 단계에서 수요가 증가할 전망입니다.

수소의 운송저장방식은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고압기체 저장방식,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화하는 액화수소 저장방식, 액상유기수소화물 방식, 그리고 액상유기수소화물과 비슷한 암모니아 방식이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 수소는 고압기체 형태로 저장돼 파이프라인과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운송되고 있습니다.

액화수소는 고압수소 대비 4~5배 이상의 저장 효율성이 있기 때문에 운송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효성이 미국 린데그룹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2023년부터 액화수소 생산과 유통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합작법인 린데하이드로젠은 효성화학 울산공장 안에 액화수소 생산공장을 2023년초 완공할 계획입니다. 이곳에서 생산한 액화수소는 또 다른 합작법인 효성하이드로젠이 전국 120여곳에 액화수소 충전소를 구축해 유통할 예정입니다.

린데(LIN)는 글로벌 액화수소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HDRO ETF 자산의 4.11%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액상유기수소화물(LOHC)은 액상수소운반체(L)를 이용해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소를 톨루엔에 결합해 메틸시클로헥산으로 전환해 운송한 뒤 다시 역 반응을 통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일본 치요다 미쓰이 미쓰비시 니폰유센 등이 브루나이에서 실증을 시작했습니다.

화학적 방식인 액상유기수소화물(LOHC) 저장방식은 물리적 방식인 액화수소의 대안기술로 꼽힙니다. 액화수소는 액화과정에서 24~45%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호주에서 암모니아를 활용한 그린수소 수입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액상수소기술과 암모니아 방식 기술은 초기 단계로 2030년 이후 상용화될 전망입니다.

소비단계

밸류체인의 마지막 단계인 소비단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소비단계는 모빌리티와 연료전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수소차는 전기차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감안했을 때 승용차 보다는 장거리 운행을 하는 버스 트럭 같은 상용차 시장이 핵심입니다. 국내에서도 2022년까지 수소버스 2000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고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 차량 10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수소모빌리티에선 도요타 현대차 다임러 니콜라 등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수소 연료전지는 발전용, 가정•건물용, 수송용으로 활용되는데요. 유럽은 수소를 대형 발전소의 에너지원으로 보기 보단 건물용 난방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일본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연료전지 발전이 필수적입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데 이때 태양광 풍력을 전력으로 저장하는 방법으로 수소 연료전지가 유용합니다.

연료전지 종류

조금 전문적인 얘기지만 연료전지를 전해질에 따라 구분하는 게 정석인데요. 기술발전 수준에 따라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인산형 연료전지(PAFC)는 국내 두산퓨얼셀이 최강자입니다.

용융탄산염 연료전지는 미국 퓨얼셀에너지와 포스코에너지에서 분사된 한국퓨얼셀이 있습니다.

세라믹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는 미국 블룸에너지와 영국 세레스파워(CERES Power)가 꼽힙니다. 블룸에너지는 SOFC 발전용 연료전지 1위 기업으로, SK건설과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하며 글로벌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상용화 기술로 꼽히는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는 캐나다 발라드파워, 스웨덴 파워셀, 미국 플러그파워, 국내 두산퓨얼셀과 GS칼텐스에서 분사한 에스퓨얼셀이 대표 기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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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RO vs ICLN

3월23일 기준 HDRO ETF 보유종목 상위 5위를 보면 플러그파워, 발라드 파워시스템, 넬, 퓨얼셀에너지, 블룸에너지입니다. 알칼라인 수전해 기업인 넬을 제외하면 연료전지 기업들입니다.

이중 발라드파워는 모빌리티용 PEM 기술 기반 수소 연료전지 선도기업입니다. 중국에 웨이차이발라드 합작법인을 설립해 중국 시장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두고 있습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발라드파워시스템은 수소 트럭, 버스, 선박 등 수소 모빌리티 시장에서 최적화된 PEM 기술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며, 목표가 32달러를 제시했습니다.

플러그파워는 HDRO ETF 보유종목 1위 종목일 뿐만 아니라 블랙록이 운용하는 글로벌 친환경에너지ETF ICLN의 보유비중 1위에도 올랐습니다. 연료전지를 이용한 지게차 시장에선 미국 플러그파워가 아마존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수소 지게차를 독점 공급하고 있습니다.

플러그파워는 PEM 기술의 기가팩토리를 구축하고 생산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2024년까지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를 5곳 건설할 계획이며 이중 2개는 2022년말 완공될 예정입니다.

ICLN ETF와 HDRO ETF와 겹치는 수소 기업으로는 플러그파워 외에 두산퓨얼셀(2.03%), 스웨덴 파워셀(1.47%) 등 3종목 뿐입니다.

이밖에 HDRO 상위종목으로는 두산퓨얼셀을 비롯해 영국 SOFC 연료전지기업 세레스파워, 영국 액화수소 기업 린데, 프랑스 전해조 공급사 맥파이, 프랑스 액화수소기업 에어리퀴드, 영국 PEM 기반 수전해 기업 ITM파워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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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RO가 선택한 국내 기업 3곳

HDRO ETF에는 국내 기업 3곳이 포함돼 있는데요.

두산퓨얼셀은 현재 발전용 인산염 연료전지(PAFC)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SOFC, PEMFC로 확대되고있습니다. 올해 PEM 방식의 수전해 기술도 개발에 착수하면서 글로벌 수소 기업과의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힐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스퓨얼셀의 현재 매출은 대부분 가정 건물용 수소연료전지에서 나오지만 2021년 4분기 드론용 연료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선박용 연료전지는 에이치엘비와 국책 과제로 공동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SDG 모회사인 풍국주정도 HDRO ETF 종목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풍국주정은 1954년 대구에서 소주원료회사로 시작했지만 자회사 에스디지(SDG)를 통해 현재 효성, SK어드밴스드, 대한유화공업, 롯데BP로부터 수소 원료가스를 공급받아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에스디지는 울산을 기반으로 한 국내 3위 수소 생산업체입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