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시장경제의 敵, 내부자 거래
기업 임직원, 주요 주주 또는 관계자가 직무 또는 지위에 의해 얻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활용해 증권을 매매 및 거래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내부자 거래는 자본시장에서 중대한 위법행위 가운데 하나로 간주된다.

한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도 제4편 ‘불공정거래의 규제’ 가운데 가장 먼저 제1장에서 내부자 거래 문제를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따라 제1장은 제172조 내부자의 단기매매차익 반환, 제173조 임원 등의 특정 증권 등 소유상황 보고, 제174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제175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의 배상책임 등의 조항으로 구성된다.

미국에서 1929년 대공황과 이에 따른 증권시장 붕괴 이후 제정된 1934년 증권거래법을 통해 사기(詐欺) 금지라는 다소 포괄적인 맥락에서 내부자 거래를 제한한 이후 내부자 거래와 시세조종행위의 금지는 증권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핵심 자본시장 규제 중 하나로 발전해왔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돼야 할 가격에 인위적인 영향을 가하는 흔히 ‘작전’이라고 부르는 시세조종행위와 함께 내부자 거래는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저해하는 대표적 불공정행위로 간주돼 대부분 자본시장에서 금지된다. 그리고 이런 차원에서 미국처럼 공정한 시장의 작동을 중요시하는 경제일수록 해당 행위를 강력히 처벌했다.

2011년 뉴욕 법원은 내부자 거래 혐의를 받던 헤지펀드 갤리언의 라즈 라자라트남에게 미국 주요 기업의 내부정보를 획득해 부당이익을 챙긴 죄로 징역 11년과 벌금 1000만달러(약 115억원)를 선고하고 부당이익 5380만달러(약 600억원)를 환수했는데, 당시 판사는 그의 범죄를 ‘박멸해야 할 기업문화의 바이러스’로 지칭하며 시장의 순수성이 훼손될 때 공공은 고통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불법적인 내부자 거래는 사회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공정한 시장경제의 적이라는 뜻이다.

최근 발생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의 핵심에도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내부자 거래 문제가 있다. 특히, LH는 도시재생, 지역균형, 공공주택, 주거복지의 이름으로 각종 부동산 관련 공공개발과 공급 사업을 주도하고 실제로 토지보상 업무까지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적절한 내부 제어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선 사전에 취득한 내부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해 개인적 이득을 추구하는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구조였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민간기업 또는 금융기관 종사자도 자신과 관련될 수 있는 증권의 거래 및 보유를 신고하도록 하고, 이런 자료에 근거해 내부정보를 통해 사적인 이득을 취했다고 볼 행위의 소지가 있는지 파악한 뒤 이를 제어한다. 증권을 발행한 기업은 투자자와 자본시장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일반 상장회사의 내부자 거래도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하물며 LH같이 일반 국민의 토지를 사실상 수용할 수 있는 토지수용권과 공공토지를 개발할 수 있는 독점개발권을 가진 조직에서 내부정보를 활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민 재산권을 훼손시킨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헌법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23조는 ‘③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내 재산을 공공필요라는 이름으로 수용하는 게 과연 진정한 공공필요에 의한 것인지, 공공필요라는 이름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협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 가치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뜨리는 민주사회의 기본질서에 대한 도전이라는 관점에서, 해당 사안은 매우 엄격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내부자 거래 같은 자본시장 사기행위는 다른 범죄에 비해 경제주체가 손익계산을 바탕으로 재산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행위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사전 감독보다는 사후 엄벌이 자본시장 사기의 효과적인 제어 방법으로 지적된다는 점을 이번 사태의 처리 과정에서 특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