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한길리서치가 매일경제·MBN 의뢰로 지난 28~29일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8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60.1%로 나타났다.
박영선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는 응답자는 32.5%로 두 후보 간 격차는 27.6%p다. 같은 업체에서 지난 22~23일 실시한 조사와 비교하면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약 7%p 더 벌어졌다.
이미 돌아선 20대와 달리 굳건히 민주당을 지키고 있던 40대의 이탈도 두드러졌다.
40대 55.9%가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고, 박영선 후보는 40.7%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재보선 초반 조국 사태와 윤미향 사태 등 논란이 불거질 때도 '그래도 어떻게 국힘(새누리당, 미래통합당)을 뽑냐고 하던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그 경계를 허문건 이분법적 진영논리로 지지자들을 콘크리트 참호 속에 가둔 집권세력 자신이다.
서울대 게시판에는 최근 오세훈 후보가 보수의 이미지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담긴 글이 게재됐다.
게시자는 "잘나가던 시절의 보수 이미지는 '유능함, 합리적, 여유 있음, 똑똑함, 엘리트 느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샌님, 일베, 꼰대, 무능함, 할배, 막말' 이미지가 생겨나면서 젊은 층 지지율도 떨어지고 샤이 보수들도 생겨났다"면서 "'아무래 그래도 국힘은 아니지'라는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번에 오세훈이 예전 보수의 이미지를 다시 가져오는 느낌이 든다"고 적었다.
이어 "이번 토론 태도만 봐도 '와 저게 우리가 기대하는 보수 이미지이자 품격인데'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오세훈이 저 정도 판 깔아주면서 서울시장 되고 윤석열도 보수로 합류하면 정말 보수 이미지 다시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든다. 정치인 한 명이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오세훈 만의 공은 아니고 박영선이 옆에서 거들어서 생긴 이미지다", "서울에서 20대들 표가 오세훈으로 간다는 게 굉장히 고무적이다. 예전 김무성처럼 20대 버리는 발언하지 말고 20대 끌고 가야 한다. 앞으로 경제활동하면서 핵심적 표밭이 될 계층이다", "보수진영의 정치인은 항상 세련된 엘리트의 이미지를 잃으면 안 된다", "오세훈이 그동안 정치계 메인에 몸을 담지 않았던 탓에 친박 비박 이런 구태 싸움에 덜 휘말린 게 다행이다. 다시 스마트한 보수로 프레임 잘 짜서 망해가는 나라 잘 견인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긍정적 댓글이 주류를 이뤘다.
아울러 "오세훈에 대한 평가는 공감하지만 보수 이미지가 바뀐다는 건 조금 지나친 자신감 같다. 아직 김종인 건재하고 구성원 바뀐 거 하나 없다", "저도 보수 이미지 바뀐다는 건 시기상조 같다. 젊은 스마트 보수의 이미지를 보여줄 다른 대표 인사들이 별로 없다. 민주당이 완전 늙은 이미지로 가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을 뿐이다"는 반박도 이어졌다. 총선에서 180석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서울·부산 지역 지지율에서 모두 열세를 보이자 부랴부랴 "저희가 부족했다", "후회된다",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며 바짝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민심이 여권에 대해 등 돌리게 만든 데에는 입시비리 유죄판결로 수감 중인 아내의 입장을 고려치 않은 조국 정 장관의 박형준 서울시장 후보자 자녀 입시비리 의혹 지적, 임종석 전 실장의 고 박원순 서울시장 칭송, 이해찬 전 대표의 '보궐선거 거의 다 이긴 것 같다' 등 자신감 표현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피해호소인 3인방'으로 불리는 고민정, 남인순, 진선미 의원등이 박영선 후보와 유세 최전선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도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31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여러분의 화가 풀릴 때까지 저희는 반성하고 혁신하겠다. 저희가 부족했다"면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촛불을 들었던 그때의 그 간절한 초심으로 저희들이 돌아가겠다. 저희들의 부족함을 꾸짖으시되 지금의 아픔을 전화위복으로 만들려는 저희들의 혁신 노력마저 버리지는 말아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