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표현 자유 침해" 비판
'反인권 국가' 낙인찍힐 가능성
통일부 "유연하게 적용하겠다"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을 향해 △확성기 방송 △현수막 게시 △전단·USB·현금 등을 살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게 골자다. 행위가 미수에 그쳐도 처벌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개정안을 지난해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대북 전단 살포 비판 성명 하루 만에 발의했고, 같은 해 12월 14일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 종료시키고 재적 의원 180명 전원 찬성으로 강행 처리했다.
국제사회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가로막는다며 반발해왔다. 법안 통과 직후 미국·영국·캐나다·유럽연합(EU) 등의 정부·의회는 잇달아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무시한 처사”라며 법 개정 재고를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한국 정부가) 김정은의 행복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2일 일부 공개된 미 국무부의 ‘2020 한국 인권 보고서’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권단체들의 의견을 적시했다.
정부·여당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며 국제사회 비판에 반박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논란이 확대되기도 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법 시행 전에 관련된 민주적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유감’을 표했고, 민주당은 같은 달 미국 조야의 비판에 대해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외신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는 때로 제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호한 법 조항도 논란을 키웠다. 제24조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시각매개물 게시에 대해 ‘군사분계선 일대’라고 특정했지만 ‘전단 등 살포’에 대해서는 제한구역을 특정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제3국에서도 전단을 살포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돼 큰 논란을 낳았다. 논란 확대에 통일부는 지난 9일 ‘제3국에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해석 지침을 내렸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졸속 법안이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등 동맹국과의 공통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한국이 인권에 반하는 태도를 계속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