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과 다리 근육 파열로 진통제 복용"
'진통제 투혼' 차준환 "실수 아쉬워…곧바로 베이징 준비"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로는 역대 처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톱10'을 달성한 차준환(고려대)의 빛나는 성과 뒤에는 눈물 어린 '진통제 투혼'이 숨어 있었다.

차준환은 27일(한국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슨 글로브에서 막을 내린 202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총점 245.99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톱10에 든 건 차준환이 처음이다.

역대 한국 남자 싱글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은 1991년 정성일이 기록한 14위인데, 차준환은 30년 만에 이를 뛰어넘으며 '첫 톱10'의 겹경사까지 맛봤다.

차준환은 26일 쇼트프로그램에서 91.15점으로 중간 순위 8위에 올랐고,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불안을 노출했지만 차분히 극복하며 종합 10위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차준환은 한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최대 2장의 티켓을 확보하는 데 앞장섰다.

다만 올림픽 쿼터는 개인에게 주는 게 아닌 국가별 쿼터인 만큼 차준환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선발전을 다시 치러야만 한다.

한국 남자 싱글 첫 세계선수권대회 '톱10'을 일궈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차준환은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훈련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각종 대회가 취소되면서 실전 무대를 뛸 기회도 적었다.

'진통제 투혼' 차준환 "실수 아쉬워…곧바로 베이징 준비"
여기에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차준환은 매니지먼트사인 브라보앤뉴를 통해 "사실 2월 중순부터 허리 통증과 다리 근육 파열이 겹치면서 진통제로 버텨왔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달 전국 남녀 피겨 종합선수권대회 겸 2021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파견선수 선발전 프리스케이팅 연기 때도 부상 여파로 잇달아 점프 실수를 범하며 힘겹게 우승하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차준환은 "너무 오랜만에 개최되는 대회라서 쇼트프로그램 때부터 많이 긴장돼 평정심을 찾으려 계속 노력했다"라며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다소 바꿨는데 실수가 나와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첫 연기를 쿼드러플 플립(4회전) 대신 트리플 플립 점프로 바꾸며 안정적인 연기에 집중했다.

다만 쿼드러플 살코에서 회전수 부족과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넘어지는 등 '부상 후유증'에 고생하며 힘겹게 '톱10'을 지켜냈다.

차준환은 "'톱10'에 들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응원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린다"라며 "지난 20일 스웨덴에 도착해서 호텔과 경기장만 갈 수 있어서 바깥바람이 간절했다.

이렇게라도 대회가 개최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가격리 하는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들어가겠다"며 베이징 무대를 향한 강한 도전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