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일은 무엇인가?

전경련에서 팀장 리더십 강의를 하는 중이었다. 한 명이 “임원의 일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통상 임원의 역할을 묻지, 일을 묻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좋은 질문이라고 하며, 참석자에게 임원의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 되물었다. 비전 수립, 이익창출, 조직의 목표 달성, 구성원들이 성과를 창출하도록 이끄는 것, 목표와 과정관리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임원의 일은 무엇인가?’ 의사결정 아닐까?
임원의 일이 의사결정이라면, 어떤 의사결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에 일어나 밤에 누워 잠들 때까지 몇 번의 의사결정을 할까? 모르긴 해도 100번은 넘을 것이다. 수 많은 의사결정 사안 중에서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안들을 제외하고, 회사와 개인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4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며 회사 또는 개인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 가를 분명히 한다.
둘째, 전사의 관점에서, 일이 바람직하게 추진되었을 때의 모습과 이렇게 되기 위한 프로세스 및 프로세스별 중점 내용을 구체화한다.
셋째, 사안을 둘러 싼 제반 상황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중요성, 긴급성, 실행 가능성을 축으로 사안들을 정리한다.
넷째, 사안과 이해 관계 및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자를 전원 한 장소에 모아 여러 사안에 대한 검토의견과 토론 그리고 추진부서 및 일정을 확정하고 실행에 역점을 둔다.

A회사의 김상무는 일 처리하면서 독단적으로 결정하여 보고하고 추진한 사안은 한 건도 없다. 매 사안에 대해 상사와 방향과 큰 그림 등 골격을 토의하거나, 담당 팀장과 담당자와 함께 구체적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내부에서 해결방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외부 전문가와의 연구 모임에 안건을 올려 그들의 조언을 듣는다.
김상무가 의사결정을 하면서 경계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사적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부서와 개인의 이기에 따라 의사결정이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회사의 의사결정은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전사 이익을 따르는 것이 기본인데, 회사와 조직 입장이 상반되는 경우, 많은 임원은 갈등을 하게 되고 결국 조직과 개인 이기를 선택한다. 숫자가 부풀려지고 허위보고가 이루어지거나, 다들 열심히 하지만 회사 이익에는 전혀 기여가 되지 않는 일에 매진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하나는 의사결정의 효율성이다. 임원이라면 담당자에게 일을 지시할 때 3가지는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람직한 모습, 큰 골격(프로세스), 프로세스별 중점사항이다. 담당자가 전략부터 방안까지 책상에서 다 수립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영향을 주는 모든 임원을 찾아 합의를 받는 것도 고역이다.

임원은 길고 멀리 보면서 전사적 관점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임원들을 모아 결론을 내고 이를 추진하여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닐까?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