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한 관세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된 데다,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움직임이 유가를 압박하는 재료로 작용한 영향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11달러(0.16%) 내린 배럴당 68.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물도 전장보다 0.58달러(0.81%) 하락한 배럴당 71.04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 브렌트유는 69.75달러까지 밀리며 지난해 9월 이후 반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트럼프發 관세 충격·OPEC+ 증산…국제유가 3일째 하락 [오늘의 유가]
국제유가는 최근 3거래일 동안 3% 가까이 떨어지며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시장의 투자심리를 짓누른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관세 정책을 시행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부터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갈등이 격화됐고, 이에 캐나다도 300억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맞보복 관세를 즉각 발효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역시 상호 관세를 즉각 인상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간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확산됐고, 이로 인해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커지면서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다음 달부터 증산에 나서기로 하면서 공급 우려가 커진 점도 유가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OPEC+는 전날 성명을 통해 “4월 1일부터 자발적인 감산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하루 220만 배럴 규모로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OPEC+의 이 같은 전략 변화가 정치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비야네 쉬엘드롭 SEB 수석 상품 애널리스트는 “OPEC+의 전략 변화는 가격보다 정치적 요소를 우선시하는 모습”이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석유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 원유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필립노바의 대런 림 상품 전략가는 “관세 부과로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비용이 증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OPEC+의 증산 결정이 시장의 공급 우려를 희석시키며 유가 하락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가 흐름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산유국들의 정책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