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죽음은 항상 가까이 두라!
<프롤로그>
최고의 권력자와 재력가라 하여도 죽은 후 생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욕심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세계를 정복한 알렉산더 대왕은 죽을 때, 자신의 관에 구멍을 뚫어 두 손을 내어놓으라고 당부했다. 그것은 자신과 같이 모든것을 가진자도 세상을 떠날 때는 빈손으로 돌아가니 겸손하게 살라는 일종의 남은 사람들에 대한 일깨움의 메시지였다. 김영민 교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2018>에서 말하듯 죽음을 가까이 둔다면 현재의 삶을 더 적극적이고 행복하게 후회없이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조 블랙의 사랑(Meet Joe Black), 1998>을 통해 생에 대한 성찰과 함께 ‘번개 치는 듯한 뜨거운 사랑’을 배우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죽음은 항상 가까이 두라!
<영화 줄거리 요약>
종합병원의 내과 수련의인 ‘수잔(클레어 포라니 분)’은 커피숍에서 매력적인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첫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아쉬움을 남기며 이름조차 묻지 않은 채 헤어진다. 그러다 남자는 건널목에서 교통사고로 뜻밖의 죽음을 맞게 된다. 그때 하늘에서 내려온 저승사자 ‘조 블랙(브래드 피트 분)’은 죽은 남자의 몸을 빌려, 곧 죽음을 맞이할 기업의 재벌 회장 ‘윌리엄 패리쉬(안소니 홉킨스 분)’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얼마간 그 집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공교롭게도 윌의 딸인 수잔을 만나게 되고 수잔은 운명적 만남을 통해 저승사자와 신비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윌의 철학적 조언과 수잔과의 관계를 통해 사랑의 오묘함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혼의 행복감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한편 수잔의 약혼자 ‘드류’는 윌의 네트워크 회사를 합병하여 조각내서 최고 입찰자에게 매각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 회장인 윌은 회사 합병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사회에 뜻을 밝히지만, 드류는 약혼녀가 조 블랙과 가까워지자  질투심에 불타 이사회에 윌을 해고하도록 종용한다.

그러나 조 블랙이 자기가 국세청 요원이라고 기지를 발휘하면서 슬기롭게 이사회의 오해를 풀게 된다. 곧 윌이 떠날 것을 알아차린 수잔은 윌에게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윌의 딸이 준비한 윌의 65세 생일파티 불꽃놀이가 시작되며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조는 원래 육신의 주인인 남자를 환생 시켜 수잔과 맺어주고 자신은 윌과 함께 떠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죽음은 항상 가까이 두라!
<관전 포인트>
A. 사후세계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갑자기 죽은 영혼(패트릭 스웨이지 분)이 남아있는 여인(데미 무어 분)을 그리워하며 원수를 갚는 영화<사랑과 영혼/Ghost, 1990>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이 운명을 함부로 조정하면 큰 재난도 초래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
@도깨비(공유 분)의 시공을 넘는 운명적 사랑을 그린 드라마 <도깨비, 2016>
@3명의 저승차사(하정우/주지훈/김향기 분)가 망자의 전생을 변호하며 환생을 하도록 도와주는 한국 영화<신과 함께, 2018>

B. 죽고 난 뒤 다시 이승의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영화 <신과 함께>에서는 소방관인 김자홍이 죽고 나서 자신의 어머니를 잠시라도 만나 전생에서의 잘못을 사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저승에서 허락되지 않고, 잠시 모래사장의 조각을 통해 어머니의 형상과 재회하게 된다. 결국 살아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 고마운 사람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큰 후회를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C. 저승사자인 ‘조 블랙’이 인간의 사랑에 대해  궁금해한 이유는?
사람들이 죽을 때 왜 그렇게 애통해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조가 며칠간 인간의 몸을 빌려 윌의 집에 머물면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자신의 죽은 부인을 절실하게 사랑한 경험이 있던 빌은 조의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되고  “인생은 사랑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살면서 진실한 사랑 한번 해보지 못해본다면 제대로 산 것도 아니다. 그러니 노력해라. 노력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사랑은 열정이고 집착이다. 그 사람 없이는 못 사는 것,  그게 사랑이다. 서로 죽도록 사랑할 그런 사람을 만나라. 어떻게 찾냐고? 이성은 배제한 채 가슴에 귀 기울여,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면 돼”라며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D. 저승사자가 수잔을 죽음의 세계로 데려가려 하자 윌의 반응은 ?
수잔을 사랑하게 된 저승사자 조 블랙은 수잔을 죽음의 세계로 데려가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 윌은 조에게 그건 사랑이 아닌 목표가 없는 사랑의 열병이며 당장이야 충족시키고 싶겠지만 중요한 건 전부 빠졌다고 비난한다. 신뢰, 책임, 자신의 선택과 감정에 대한 부담감, 평생 약속을 지키겠다는 각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에 상처 주지 않겠다는 배려가 없음을 일깨워준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죽음은 항상 가까이 두라!
<에필로그>
한해가 금방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돌아오듯 삶은 “쏜 화살과도 같이 빨리 지나감”을 느낀다. 그러나 거울앞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세월에 변해버린  모습에 깜짝 놀랄 때도 많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죽음을 가까이 두고 성찰하고 감사하며 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통해 생을 아름답게 완성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화<프로메테우스/Prometheus, 2012>의 재벌 회장처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불로장생을 욕심부리기도 하고, 가진것을 더욱 채우려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기도 한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처럼 후회만을 남기게 될 것이다. 백만장자인 윌은 자신의 딸 수잔에게 “둘 사이에 어떤 감흥도 없고 불꽃도 튀지 않는 죽은 사랑 말고 몸이 붕 뜬 기분이며 이유 없이 흥얼거리고 팔짝팔짝 뛰는 진짜 사랑에 빠져 보라”라고 말해준다.  자신의 사후세계를 미리 엿보고 깨달은 스크루지처럼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말해보길 기대한다. 영화에서 죽기 전에 자신의 생을 잘 정리할 수 있었던 윌이 부럽게 여겨지는건 왜일까?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