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대하여



경제가 어렵지? 맞아, 어려워! 하지만 언제나 어렵지만도, 언제나 좋지만도 않았던 게 경제야. 경기순환이라는 게 있잖아! 호경기와 불경기가 번갈아가면서 있는 것! 그런데 요즘의 불경기에 대하여 사람들이 좀 더 호들갑을 떠는 것같지? 왜 그럴까? 그건 다른 경기순환 사이클에 비하여 이번 사이클이 더 장기적일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야. 경기순환 사이클을 말할 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간단하게 보자고. 우리나라는 50년대이후 계속해서 성장해왔고, 세계 경제도 2차대전이후 거의 계속해서 성장해왔어. 그럼 이제 떨어질 때도 되기는 했지. 문제는 ‘왜 하필, 이때냐?’ 이거지. 너희들이 이제 대학을 졸업하고 조금있으면 사회에 나서야 하는 시점인데, 사회가 어려워지면 너희들도 걱정이 되잖아. 이건 여러 모로 할 이야기도 많고, 중요하니까 두 번에 나누어서 하자. 이번에는 ‘경제위기에 대하여’, 그리고 다음 번에는 그 결과에 해당하는 ‘거품붕괴에 대하여’로 말이야.



지금의 경제를 말할 때 금융위기라고 많이 하지. 금융위기는 말 그대로 ‘화폐’가 문제이고. 그런데 그와 더불어 다른 ‘실물경제’도 침체가 되고 있어.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아빠는 디플레이션의 진행과정으로 보아. 홍성국이 쓴 ‘글로벌 위기 이후’를 보면 지구경제는 오랫동안 디플레이션이 되었어야 해. “디플레이션의 본질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점이다. 21세기들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세계 전체의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분배구조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이머징국가는 막대한 투자로 생산설비를 늘렸지만 내수 소비증가는 미흡한 상황이다.” 그의 정의를 따르면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보면 공급보다 수요가 적으니까 디플레이션이어야 했지만, 사실 2010년이전까지만해도 경기가 불황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



자 그럼 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실물경제에서 벌어지는 과잉경쟁이 그 원인이라고 보는 관점과 지나치게 달러가 많이 풀려서 그렇다는 화폐경제적인 관점이 있지. 지금의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금융위기라는 관점으로 보지만, 아빠는 ‘혼돈의 기원’을 쓴 로버트 브레너의 관점이 더 수긍이 가. 어쨋거나 실물경제와 화폐경제적 관점을 둘다 보자고.



경제위기의 실물적인 측면을 아빠의 사업을 예로 들게.

몇 년전인가, 미국 라스베가스 박람회에 나갔어. 당연히 ‘필맥스’ 발가락 양말을 가지고 나갔지. 사실 발가락 양말을 신는 나라는 많지 않거든. 그래서 보통 발가락양말은 한국이나 일본에서 처음 시작되었을 거라고 보통 생각하거든. 그런데 어떤 나이가 지긋한 신사분이 나의 부스로 들어오더니, 자기가 50년전에 이미 미국에서 발가락 양말을 만들었다는 거야. 정말 뜻밖이더라. 너도 알다시피 양말은 전형적인 노동집약적이고 아날로그산업이잖아. 그런데 미국에서 먼저 했다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는 데, 한편으로 돌아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우선 발가락양말은 장갑기계로 짜는 데 그 기계가 처음 발명된 곳은 독일이었고, 그 기계의 특허를 일본이 사들여 지금까지 일본에서 기계를 생산했거든. 그 역사를 보면 발가락양말의 기원은 독일이어야 하고, 50년전 미국에서도 그 기계로 발가락양말을 생산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그런데 왜 이제는 미국, 독일 일본은 물론이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많이 생산되지 않을까? 그건 독일, 미국, 일본 한국 중국순으로 생산거점이 이동된거지. 이처럼 생산거점이 이동한다는 것은 그 지역의 양말생산 공장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니까 무너져 간거고.



자 범위를 넓혀볼까? 이런 과정은 비단 발가락양말 뿐만 아니라, 신발, 의류, 가구등 거의 전 산업분야에서 일어난 거야. 특히 1990년대 초에 발생한 공산권 국가의 붕괴는 전 지구를 하나로 묶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수의 저임금 노동자를 시장에 일시에 공급한거야. 게다가 1990년대 후반이후부터는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해.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 것같지만, 아빠의 생각은 아니라고 보거든. 그건 기업간의 경쟁을 거의 무한대로 이끌었어. 구글에서 발가락양말을 뜻하는 ‘toe sock’를 치면 수천 수만명의 생산자와 판매자가 우르르하고 쏟아져 나오지. 그 건 그만큼 경쟁이 심해진거고. 경쟁이 심해지니까 기업들은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려고 하는 ’혁신‘노력을 하지 않을 수없게 되었고. 그 결과 기업은 시장의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과잉생산을 하게 되었고, 소비자는 제품의 가격이 저렴해지고 다양해지니 과잉소비를 하게되지.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자본은 자신을 충분히 유지할 정도의 이윤율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니까 기업들은 사회에 적당한 일자리와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게 되었지. 그럼 당연히 사람들의 소비는 줄어들게 되지. 그래서 실물경제의 위기가 오게 되었고.



그런데 여기서 전혀 비교과서적인 정책이 나와. 바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 (FRB)의 그린스펀의장에 의한 달러화의 무한공급을 통한 수요증대정책이지. 원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예방을 위한 통화량 조절을 해야 하지만, 미국은 무한정 달러를 찍어내는 반대적 기능을 한거지. 그래서 다시한번 과잉생산과 과잉소비과정을 더 심화시켜 이 과정을 표로 표시해볼게.
(딸에게 보내는 경제편지) 경제위기에 대하여
자 실물경제든 화폐경제든 모두 다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유발시켰지. 세상이 더 가난해지고 있는 데, 과잉소비라는 말이 잘 맞지 않는거 같지만, 과잉영양으로 스스로의 영양공급을 줄이려고 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그런데 과잉생산은 역시 금융위기의 원인이기도 해. 자 봐, 미국에서 돈이 많이 풀리니 지구 전체에 돈이 많아졌어. 그런데 그 돈들이 이익을 낼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가 갈 곳을 찾은 곳이 ‘자산시장 (부동산, 주택, 그림, 건물,..)이야. 다시 양말산업을 예로 들자.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양말을 하겠다고 해서 10억을 투자하려고 해. 그럼 기계는 5억주고 사고, 공장시설이나 기타 설비투자를 할 수있겠지. 그런데 양말의 주 생산지는 이미 한국을 떠나 중국을 거쳐 베트남, 파키스탄등으로 옮겨갔거든. 한국에서는 돈이 있어도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이지. 그게 지금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의 문제야. 요거는 다음의 ’거품에 대하여‘에서 자세히 설명하께.



결과적으로 금융산업이 신자유주의 경제를 이끌었음에도 기본적으로 금융부분의 이익도 실물부분에서 이윤을 창출해야하는 것에 의존하거든. 그런데 산업자본이든 금융자본이든 적정한 이윤을 확보할 길을 찾기 어렵게 되자, 어디에 투자를 하지 않고 그냥 은행에 두고 있거나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야. 돈은 남아도는 데 쓸 데는 없고, 그나마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불황이지. 그런 와중에도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경쟁에 휘말리면서 대규모의 자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있는 자만이 살아남고, 3-4번째 기업은 명맥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졌어. 한때는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줄 것같았던 ‘세계화, 정보화, 기계화’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면서 사람들의 소비의욕과 능력을 갉아 먹은거지. 그리고 경제위기가 닥치고.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경제학 쪽에서는 아무런 예방책은 물론이고 예측조차도 하지 못했어.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무엇했나?’라는 질책이 쏟아지지. 하지만 그건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볼 수있는 프레임바깥이야. 이재광이 쓴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가버넌스’를 인용할게.

“고전 경제학에서는 전반적인 과잉생산을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과잉생산만을 인정했을 뿐이다. 18세기 말에 이미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며 시장에 대한 간여가 없다면 수요와 공급은 균형을 이룬다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세이의 주장이 정론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 맬서스는 자유무역의 범람이 공급과잉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일찌감치 세이이론의 허구성을 비판했으며, 이후 마르크스와 케인즈에 의해 세이의 이론은 뿌리째 흔들렸다. 마르크스는 기업들이 벌이는 자본주의의 무계획성, 즉 자본주의의 기업들이 총 생산이나 총 수요의 조정없이 벌이는 지나친 경쟁으로 생산은 수요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으며, 유효수요의 부족에서 과잉생산의 원인을 찾은 케인스는 과잉생산이 지속적일 수있다고 보았다.”



현재의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앞의 그림처럼 ‘달러 유통량을 줄이고, 총수요를 늘리자’는 금융경제쪽과 ‘기업의 이윤율을 늘려서 총 수요를 늘리자’는 실물부분의 해결책이 있어. 이 둘의 공통점은 역시 ‘과잉(화폐, 경쟁)’을 없애자는 거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경기불황은 감내해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