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아이보리 색상의 양면 플리스 재킷, 무게가 가볍고 여러 색상을 적용한 바람막이 재킷…. 이랜드그룹이 지난겨울과 올봄 신제품을 선보이며 ‘빅데이터’에 물어본 예상 히트 상품이다. 소셜미디어 등을 분석해 철저하게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찾았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뉴발란스의 아이보리색 플리스 재킷은 생산량의 90%가 다 팔려 이 제품만으로 총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랜드그룹은 빅데이터 분석 대상을 전 제품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적중률 높은 히트 상품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재고는 줄임으로써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팔릴 만한 상품을 내놓자”

"고맙다 빅데이터 팀장"…이랜드 봄 신상 줄 대박
이랜드그룹이 올봄 내놓은 스파오의 바람막이 재킷은 출시 한 달 만에 3만5000개가 팔렸다. 이 재킷 매출만 19억8000만원. 뉴발란스 맨투맨 티셔츠도 출시 한 달 만에 25억5000만원어치가 판매됐다. 모두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개발한 상품이다.

이랜드는 앞서 중국에서 빅데이터 분석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19년 중국에서 출시한 ‘이랜드 부클재킷’은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훙수 등 소셜미디어 분석을 통해 개발했다. 분석 결과 원피스 위에 걸칠 수 있는 귀여운 부클재킷이 인기를 끌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결과에 따라 품은 넉넉하되 길이는 길지 않게, 칼라는 끝을 둥글리고 단추는 큰 것을 달았다. 이 옷은 그해 겨울에만 188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이랜드그룹이 빅데이터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정보기술(IT) 관리 계열사인 이랜드시스템스 안에 빅데이터 분석 전문팀을 신설했다. 그룹의 핵심 사업축인 패션과 유통의 접점을 찾고 잘 팔릴 만한 제품을 기획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초기엔 인터넷 포털 검색어, 검색량 등을 활용해 자체 트렌드 지표를 개발했다. 그에 맞춰 최신 인기 상품을 발빠르게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2019년부터는 중국 온라인 사업을 키우기 위해 샤훙수 등을 분석해 인플루언서들이 즐겨 입는 옷 스타일 등 이미지 분석을 시작했다. 지난해엔 뉴발란스, 스파오 등 자사 브랜드의 상품평을 통해 상품별 선호 디자인과 색상, 소비자가 인식하는 이미지와 감정 등을 분석하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뉴발란스 플리스 재킷을 내놓기 위해 분석한 플리스 상품 후기는 3만3653건에 달한다.

6월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도

이랜드그룹은 패션 브랜드뿐만 아니라 쇼핑몰과 결제 시스템 개발에도 빅데이터를 적용하고 있다. 2018년부터 그룹 통합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자사 유통망인 NC백화점과 이랜드 온라인몰 등에서 약 1000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기 시작했다.

오는 6월엔 멤버십 결제 앱 ‘이랜드페이’를 내놓는다. 이랜드페이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적용할 예정이다. 개인별 바이오 정보, 구매 패턴 등을 토대로 맞춤형 상품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운동 시간을 늘려야 하는 소비자라고 판단되면 러닝화, 영양제, 식단 조절용 샐러드 등을 추천하고 이를 한데 묶어 배송해준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얼마나 더 정교하게 소비자 구매 패턴을 분석해 적중률을 높이는지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IT를 활용해 차별화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