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 DB
사진=한경 DB
이달 21일로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 20년이 된다. 아산이 일군 현대그룹은 지금은 범현대가로 모습을 바꿔 우리나라 곳곳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대그룹 창업주이자 한국의 대표 기업가인 아산의 기업가 정신과 나눔, 소통의 철학이 재조명받고 있다.

한국 산업 근대화의 주역이자 대표 기업가 정주영

1995년 금강 여주공장 화입식에 참석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사진= KCC
1995년 금강 여주공장 화입식에 참석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정상영 KCC 명예회장. 사진= KCC
아산은 한국 현대경제사와 궤를 같이한 한국의 대표 기업가다. 맨손으로 시작해 현대그룹을 일궈낸 신화적 기업가로 꼽힌다. "신용은 곧 자본이다",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 등의 어록을 남겼다.

1915년 강원도 통천군에서 6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아산은 소 판 돈 70원을 들고 가출해 인천에서 막노동을 했다. 쌀가게에 취직해 일하다 3년 만에 가게 주인으로부터 쌀가게를 넘겨받으며 밑천을 마련했다. 이후 '아도서비스'라는 정비업체 사장이 됐고 이는 후일 현대자동차라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산은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 1947년 현대토건사를 세워 본격적인 기업인의 길을 걸었다. 1950년 두 회사를 합병해 현대건설을 설립했다. 1967년에는 현대차를 세웠고 1968년에는 2년5개월이라는 세계 최단기간 완공 기록을 남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착공했다.

이후 조선업에 도전한다. 조선업에 대한 반대를 "이봐, 해봤어?"란 말로 무마하고 세계 최대 조선업체를 일궈냈다. 1973년 현대조선중공업, 1975년 현대미포조선을 세웠다. 조선소가 없는 상황에서도 선박왕 오나시스의 처남에게 26만t급 2척을 수주하고, 영국의 바클레이스은행을 찾아 은행의 담당 임원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를 보여줘 설득해 차관을 얻은 일화는 유명하다.

1976년에는 순수 국산 자동차 1호인 포니를 만들어냈다. 세계 자동차 업체 중 16번째로 독자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같은해 사우디아라비아 공사를 따내며 중동에 진출한다.

1983년에는 현대전자를 설립해 첨단전자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1981년에는 서울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5개월 뒤 '바덴바덴의 기적'을 일으켰다.

1992년에는 국민당을 만들어 대권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 경협 시대의 개막과 함께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1998년 6월17일 85세 고령에 소 500마리를 끌고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대북사업은 결과적으로 그룹의 부실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2000년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고(故) 정몽헌 회장이 갈등을 빚은 '왕자의 난'으로 그룹이 쪼개지게 된다.

범현대가, 추모 행사 차분히…제사도 시간대별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8일 재계에 따르면 범현대가는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다양한 추모 행사를 열기로 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분위기를 고려해 차분하고 조촐히 행사를 진행한다.

범현대가는 매년 기일 전날인 3월 20일 청운동 자택에 모여 제사를 지냈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꺼번에 모이기는 힘들 전망이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그룹별로 시간을 달리 해 제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아산의 기일을 전후로 범현대가 가족과 그룹 임직원이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선영을 찾아 진행하던 참배 행사도 축소될 전망이다. 우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1일 이전에 선영을 찾아 참배한다. 다른 그룹도 21일 전후로 선영을 찾을 계획이다.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위원회, 아산 20주기 추모 행사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1층에 설치된 아산 흉상 앞에서 창업주 아산의 업적과 정신을 되새기고 있는 현대차그룹 직원들. 현대차그룹은 계동사옥 본관 1층에 아산 흉상을 중심으로 담백하고 절제된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1층에 설치된 아산 흉상 앞에서 창업주 아산의 업적과 정신을 되새기고 있는 현대차그룹 직원들. 현대차그룹은 계동사옥 본관 1층에 아산 흉상을 중심으로 담백하고 절제된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사진=현대차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위원회는 '청년 정주영, 시대를 통(通)하다'라는 주제로 아산 20주기 추모 행사를 개최한다.

추모 행사는 청년 아산의 삶과 발자취를 통해 이 시대 청년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주고 이들의 열정과 가능성을 응원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지양하고, 다양한 세대들과의 진정성 있는 공감에 중점을 뒀다.

이달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는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사진전'이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로비에서 열린다. 아산의 5가지 대표 정신인 △도전 △창의 △혁신 △나눔 △소통에 맞춰 사진, 다큐멘터리 영상, 유물, 어록을 디지털 액자 등을 활용한 전시가 진행된다. 추모 사진전 공간 내에는 아산이 수많은 중요 결단을 내렸던 집무실이 재현됐으며 포니 실차와 포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 '45'가 전시됐다.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1층에 설치된 아산 흉상./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 계동사옥 1층에 설치된 아산 흉상./ 사진=현대차
온라인 사진전도 열린다. '아산정주영닷컴'에서 진행되며 전시 기간은 오는 21일부터 올해 9월20일까지다.

아울러 전국 도서관 등에 추모집 '영원의 목소리'가 배포된다. 아산의 업적과 정신적 유산을 현재와 미래 관점에서 재조명한 경영서 '아산 정주영 레거시' 도 전국 공공도서관 및 대학 도서관에 기증된다.

추모위원회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개척해 온 아산의 기업가 정신과 몸소 실천한 나눔과 소통의 철학이 시대를 넘어 청년 세대의 꿈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