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유동성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국의 시중 유동성은 3200조원을 사상 처음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로 내리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가 지속된 결과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통화정책도 지속되고 있다. 한은과 Fed는 일축하지만 추세적 인플레이션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1년 1월 중 통화 및 유동성’을 보면 지난 1월 통화량(M2·평잔 원계열 기준)은 3224조1838억원으로 사상 처음 3200조원 돌파했다. 작년 1월에 비해 10.1%(295조1746억원) 늘었다. 월간 증가율 기준으로 2009년 10월(10.5%) 후 가장 높았다. M2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보유 주체별로는 가계 통화량이 1618조890억원, 기업 통화량이 949조7753억원이었다. 전년보다 각각 6.6%(100조8012억원), 19.5%(138조5389억원) 늘었다.

유동성이 크게 불어난 것은 한은이 작년 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해 사상 최저인 연 0.5%까지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저금리로 이자비용 부담이 줄자 가계·기업의 차입금 조달 수요도 폭증했다. 가계는 주식·부동산을 사들이기 위해 차입금 조달을 늘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996조4000억원으로 작년 12월 말보다 7조6000억원 늘었다. 역대 1월 월간 증가폭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최대치다. 운영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차입금 수요도 컸다.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월 말 986조3000억원으로 10조원 늘었다.

유동성 증가세는 더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9일 시장금리 안정을 위해 국고채 2조원어치를 긴급 매입한 데 이어 추가 국고채 매입도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해 통화승수(통화량÷본원통화)가 14배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중에 단순계산으로 한은은 이번 국고채 매입으로 28조원(2조원×14배)가량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통화승수란 한은이 시중에 1원을 공급했을 때 시중 통화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은은 이달 하순 유동성 조절수단인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증권) 발행 규모를 2조8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유동성 흡수 규모도 줄인 것이다.

쏟아지는 유동성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ed도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발표한 데다 2023년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치도 내놨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도 일축했다. 미국은 물론 한국도 유동성을 쏟아내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퍼지고 있다. 최서영 삼성선물 연구원은 "정책결정문에 담긴 경기동향지수( Diffusion Index)를 보면 FOMC 위원들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올해 중순으로 갈수록 인플레이션 논쟁은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FOMC 의원들이 6~9월에 테이퍼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