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덩어리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젠 진부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 누구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 실제로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왜’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자동차가 한 대도 없는 택시회사, 종업원이 필요 없는 대형마트, 저녁에 주문하고 아침에 받는 신선식품, 방이 한 개도 없는 숙박업체. 이젠 일상이 됐지만 우리 삶을 변화시킨 서비스들이다. 상상만 했던, 혹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부른다.

테슬라의 사례를 보면 3년 만에 100년 역사의 자동차 기업을 훨씬 뛰어넘는 약 880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이 커다란 가치 격차의 이유는 전기차로 대변되는 에너지 기술의 차이가 아닌, 테슬라 자동차의 ‘데이터 수집·분석’ 능력에 있다. 운전을 하면서 발생하는 주행, 운전자의 습관, 센서 정보 등의 각종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된다. 그리고 그 데이터에서 돈이 되는 가치를 뽑아낸다. 테슬라는 이런 데이터를 자본으로 하는 ‘디지털 테크’ 기업이다.

수집량과 자율주행 정확도는 비례한다.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분석될수록 인공지능(AI)의 정교함은 증가한다. 자율주행 안정성 평가의 가장 높은 단계에 근접해 있는 기업은 테슬라가 유일하다. 주행데이터로 자율주행 말고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동차 보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높은 정확도의 주행·운전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 보험료는 낮아지고 상품은 더 다양해질 것이다.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테슬라는 실제로 보험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미국 내에서 자동차 보험 사업을 하고 있고 중국, 영국, 독일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테슬라는 자동차기업이 아니라 애플, 구글과 같은 테크기업을 꿈꾼다. 테슬라의 성장과 방향성을 보면 이제 자동차가 주행 기능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처럼 여러 서비스가 가능한 소프트웨어의 산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산업의 지각변동이 도래했다. 정보기술(IT), e커머스, 금융, 교육 등의 분야는 이미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디지털 전환을 시작했다. 앞으로 농업, 군수업, 중공업 등 모두 예외 없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세상을 맞이할 것이다. 어디서 경쟁자가 나타날지 예측불허하기에 시급히 움직여야 하는 시기다. 무한에 가까운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 분석하는 것이 출발점인데, 예전처럼 사내 전산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빠르고, 민첩하고, 유연한 공간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업들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