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온라인 결제 회사 스트라이프의 가치가 950억달러(약 108조원)까지 치솟았다. 페이스북과 우버가 상장하기 전에 평가받은 가치를 뛰어넘어 역대 실리콘밸리 비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비싼 회사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 결제 기업의 가치도 빠르게 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부에선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의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몸값 108조…실리콘밸리 신기록 쓴 '스트라이프'

“디지털 결제 붐 일어”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트라이프는 최근 6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를 95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이번 투자에는 아일랜드 재무관리청, 세쿼이아캐피털, 알리안츠, 피델리티 등이 참여했다. FT는 “스트라이프가 1년도 안 돼 세 배가량 가치가 올랐다”며 “디지털 결제 붐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스트라이프의 기업 가치 950억달러는 페이스북이 2012년 기업공개(IPO) 직전에 평가받은 800억달러보다 높다. 우버는 2019년 상장 전 72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달 740억달러로 평가받은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도 스트라이프에 미치지 못한다.

세계 비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스트라이프보다 가치가 높은 회사는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1800억달러)와 최근 중국 정부 압박에 상장을 연기한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1080억달러)밖에 없다.

아마존 등 주요 고객사

스트라이프는 아일랜드 출신의 형제 패트릭 콜리슨(32)과 존 콜리슨(30)이 2010년에 세운 회사다. 이들 형제는 전자상거래 업체가 손쉽게 결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경쟁사인 페이팔 결제시스템을 연동하려면 최대 9단계의 과정을 밟아야 하지만 스트라이프는 이를 3단계로 줄였다. 스트라이프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한 뒤 결제 솔루션 소스코드를 복사해 홈페이지에 붙여 넣기만 하면 된다.

스트라이프는 결제 수수료도 경쟁사에 비해 낮게 책정해 기업 고객을 늘려나갔다. 아마존, 우버, 인스타그램, 쇼피파이, 줌, 세일즈포스 등이 주요 고객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모바일 결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회사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스트라이프는 지난 1년간 유럽에서만 20만 곳 이상의 기업 고객을 새로 확보했다. 존 콜리슨은 “지난해 우리는 결제, 환불 등의 요청을 초당 5000건씩 처리했다”며 “스트라이프는 이제 창업 당시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보다도 결제 규모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유명 벤처캐피털 등 투자

스트라이프 초기 투자자로는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과 머스크 등도 포함돼 있다. 세쿼이아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 등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털도 스트라이프에 돈을 댔다.

회사 측은 아직까지 명확한 IPO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년께 상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마크 카니 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아마존과 제네럴모터스(GM) 재무 담당 임원 등을 영입하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결제 규모나 매출을 정확히 공개하고 있진 않다. FT는 “스트라이프가 경쟁사인 유럽 핀테크 회사 아디옌보다 결제 규모가 더 크다”고 전했다. 아디옌은 지난해 3036억유로(약 412조원) 규모의 결제를 처리했으며, 시가총액은 600억유로에 달한다.

일각에선 스트라이프 같은 기술기업의 가치가 과도하게 치솟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채권 금리 상승 등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미국 정부의 1조9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책 등으로 전통 산업에 다시 돈이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