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이 반정부 세력의 출마를 막는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11일 통과시킨 데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지속적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유럽연합(EU)도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변화는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 민주적 절차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며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민주적 대표성을 축소하며 정치적 논쟁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최고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 선거 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 초안을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의결했다. 전인대 대표 2896명 중 기권 1표를 제외한 2895명이 찬성했다.

개편안은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고위급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가 선호하는 인물이 주요 선거에서 선출될 가능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오는 1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중의 고위급 외교 회담을 열기로 한 데 대해 일종의 '어려운 대화'를 할 것이라며 중국과 의견 충돌이 있는 분야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1일(현지시간) 27개 회원국을 대표해 낸 성명에서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비판하고 "EU는 추가 조처에 나서는 것을 검토할 예정이며 중국과 관계의 한 부분인 홍콩의 상황에 관심을 더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보렐 고위대표는 개편안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과 중국이 국제사회에 한 약속들,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편안이 홍콩의 민주적 책임성과 정치적 다원성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현재의 입법회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입법회와 행정장관을 궁극적으론 보편선거로 뽑도록 규정한 기본법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U는 홍콩의 정체성과 번영의 핵심인 근본적 자유와 민주적 원칙, 정치적 다원성에 대한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점이 유감이다"라면서 "이런 자유들은 '영국-중국 공동선언'과 홍콩기본법에 따라 최소 2047년까진 보호됐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U는 작년 중국이 반정부 세력을 억제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하자 홍콩 내에서 탄압이나 감시에 이용될 수 있는 기술의 수출을 제한했다. 지난달에는 EU 회원국 외무장관들이 모여 홍콩의 선거제나 사법독립 훼손 시 추가대응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