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권남용엔 무거운 책임 물어야"…형량 늘어날 듯
'원세훈 직권남용'에 엄격 잣대…대법 "기본권 침해 위험"
대법원이 1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일부 직권남용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뒤집으면서 국정원의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막강한 권한을 은밀히 행사할 수 있는 국정원 조직의 특성상 직권남용의 폐해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 권양숙·박원순 미행 지시 '무죄→유죄'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날 원 전 원장의 상고심에서 일부 직권남용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앞서 원심은 원 전 시장의 13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하는데 원 전 원장의 지시가 직권과 무관하거나 '의무'(직무)와 관련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13개 혐의 중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에게 권양숙 여사와 박원순 전 시장의 미행을 지시한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유죄 취지 판결의 근거로 국정원의 막강한 권한과 특수성, 밀행성 등을 들었다.

국정원은 보안유지를 이유로 다른 기관의 견제에서 자유롭고 강제력을 동반한 수사권한을 보유한 적도 있어 직권이 남용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원세훈 직권남용'에 엄격 잣대…대법 "기본권 침해 위험"
◇ "국정원 법적 지위·영향력·특수성 고려해야"
국정원은 내부적으로 엄격한 상명하복의 관계가 유지돼 직권이 남용될 위험이 큰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가 원 전 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중 내부 직원을 상대로 한 혐의에만 유죄 취지 판단을 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형법상 직권남용에 대한 처벌 근거가 있지만 국정원법이 별도로 직권남용죄를 정해 더 무겁게 처벌하는 취지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직원의 직권남용은 더 엄격하게 판단해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 전 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일부가 무죄에서 유죄로 뒤집히면서 원 전 원장은 파기환송심에서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 전 원장은 원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다.

그간 법원이 직권남용 혐의의 유죄 입증에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해 무죄 판결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국정원 직권남용죄 판단 때 고려할 사항을 처음 설시한 것"이라며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