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욕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금리만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9일(현지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날 정규장에서 연 1.594%로 마감됐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 저녁부터 조금씩 안정적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8일 오후 9시께 1.56%대로 낮아졌고 9일 새벽엔 1.53%대로 내려왔습니다.
9일부터 시작될 사흘간의 중요한 국채 입찰을 앞두고 수익률이 안정적 모습을 보인 겁니다.(얼마나 지속될 진 모르지만)

월가 관계자는 "이달 들어 10년물 수익률이 여러 차례 연 1.6%를 넘어섰으나 그 수준을 지키지 못하고 1.5%대로 다시 내려온 것을 보면 1.6%대 금리에선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는 걸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안정되자 뉴욕 증시는 살아났습니다. 특히 금리 상승에 큰 폭으로 하락했던 나스닥, 그리고 기술주가 부활했습니다.

2%대 상승세로 출발한 나스닥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폭은 가팔라졌습니다. 7~8%대 오름세로 거래를 시작한 테슬라는 10%를 훌쩍 웃돌았습니다. 다우와 S&P 500 지수도 오르긴 했지만 1% 안팎에 그쳤습니다. 기술주가 살아나자 경기민감주, 가치주들의 상승세는 상대적으로 소폭에 그친 겁니다. 그동안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핵심이었던 금융(은행), 에너지주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오름세는 오후 1시가 다가오자 주춤댔습니다. 그리고 금리는 다시 꿈틀댔습니다. 오후 12시58분 10년물 수익률은 1.558%까지 올랐습니다. 미 재무부의 3년물 국채 입찰이 실시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오후 1시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리던 투자자들에게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580억 달러 규모의 3년물 입찰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발행 금리는 0.355%로 결정되어 발행 직전의 0.359%보다 0.4bp(1bp=0.01%포인트) 낮게 결정됐습니다. 응찰률은 2.689배나 됐습니다. 지난달 입찰 때 2.391배보다 훨씬 높아진 것이며 2018년 6월 이후 최고로 높았습니다. (지난달 25일 금리 폭등을 촉발했던 7년물 입찰의 응찰률이 2.045배였다는 걸 상기해보세요)
해외 투자자 등의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는 47.8%로 지난달 52.7%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입찰 결과가 알려지자 증시는 순간적으로 튀었습니다. 그리고 금리는 다시 연 1.533%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께 나스닥은 4.3%나 치솟았습니다.

다만 장 막판 차익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다우는 0.1%, S&P 500 지수는 1.42%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3.69% 상승한 채 마감됐습니다. 나스닥의 이날 상승률은 작년 11월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큽니다.
특히 테슬라는 19.64% 폭등해 이날 하루 시가총액이 1061억 달러가 불어났습니다. 포드 전체 시가총액의 두 배만큼 오른 겁니다. 또 스퀘어 11.50%, 펠로톤 14.47% 줌 10.03% 퓨얼셀에너지 20.68% 니오 17.44% 등 고평가 기술주들도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또 애플 4.06% 아마존 3.76% 페이스북 4.09% 등 대형기술주들도 모두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국채 3년물 입찰이 성공 요인은 상승한 금리에 투자 수요가 생겨난데다 단기자금 시장에 몰려있는 막대한 유동성, 그리고 단기채 공급 부족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가 1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 중앙은행(Fed) 계좌(TGA)에서 예치된 현금을 줄이면서 최근 단기자금 시장인 환매조건부채권(레포) 시장에선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원래 채권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사람이 이자를 주는 게 맞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자를 받게 된 겁니다. 돈이 넘치다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미 재무부는 또 단기채 발행을 줄이고 장기채를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최근 단기채 공급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문제는 10일 실시될 10년물 입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수요도 상당하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레포 시장에서 10년물을 담보로 내놓고 빌리는 자금의 금리는 이날 마이너스 -3.32%를 기록했습니다. 즉 이것도 돈을 빌리는 사람이 이자를 받는 겁니다. 그만큼 10년물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이게 무슨 수요이냐는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즉 10년물 국채를 빌려 공매도를 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런 수요가 많다면 이번 입찰은 성공한다 해도, 향후 10년물 금리는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향후 경기 회복과 함께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는 여전하다"면서 "당분간 1.5~1.6%에서 머물 수 있지만 또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백신 보급에 대한 경제활동 재개, 막대한 부양책 통과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6~10%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날 모건스탠리는 기존 2021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를 기존 7.6%에서 0.5%포인트 상향해 8.1%로 높였습니다. 블룸버그는 10년물 금리와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차이가 이례적인 수준까지 벌어져 있어 국채 시장의 추가 약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유명 채권투자자인 제프리 건들락은 "이번 여름에 몇 달간 물가가 3%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이 정도 수준에서 안정되길 바라는 건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급하게 올라온 만큼 단기적으로는 1.75% 선 아래에서 머물 것으로 본다"며 "다음 달이면 일본 투자자들도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기술주는 어떻게 될까요. 많이 떨어진 기술주를 저가매수해야 할까요? 이날 테슬라가 19% 올랐지만 아직도 지난달부터 따져서 20% 하락한 상태입니다. 줌도 20% 내렸고 펠로톤은 36%나 낮습니다. 애플도 10% 가량 하락했지요.

전날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강세장은 가치주나 경기순환주로 확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전략에 매우 좋은 소식이 될 것으로 본다. 이번 기술주 매도 때 좋은 매수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가에선 기술주가 단기 급락하는 통에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동안 주가수익비율(PER) 30배를 훌쩍 넘던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등이 20배 중반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겁니다. 다만 시장 평균(22배) 수준보다는 높은 편입니다. BNP파리바의 다니엘 모리스 수석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저가매수가 몰린 것"이라며 "기술주에 대한 장기적 시각이 바뀐 게 아니다. 모두가 기술주가 잘 될 것으로 본다. 단지 너무 비쌀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랙록의 러스 코스테리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날 CNBC에 출연해 "반도체 등 기술주의 일부는 경기민감주"라며 "경기 회복에 수혜를 받는다는 관점에서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날 기술주 반등을 전반적 하락 과정에서의 '데스캣 바운스'(일시적 반등.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움직인다는 말에서 유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기술주는 여전히 취약한 주식이며 하락 과정에서 가끔 단기 과매도되어 큰 반등이 나타나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에서 10% 이상 떨어진 상태에서 2% 이상 반등한 경우(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여섯 번이 있었는데 그 중 세 번은 2000년 닷컴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하던 때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