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올 하반기에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시작한다. 도내 1개 면을 선정해 모든 주민에게 5년간 1인당 월 15만원씩(연 180만원)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주민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프로젝트다.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은 국내는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가입국에서도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라고 도는 밝혔다.

OECD 최초 ‘농촌기본소득’ 추진

도는 5일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달 24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조례안에서는 실험 지역(미정) 주민에게 현금 또는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그 규모는 기본소득위원회 심의·자문 결과를 반영해 예산 범위 안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도는 오는 4월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하면 관심 있는 시·군의 신청을 받은 뒤 인구수, 연령별 분포 등을 고려해 실험 대상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소요되는 재정은 도가 주로 부담하되 그 일부를 시·군이 부담하도록 했다. 분담 비율은 실험 지역 신청 공고 때 제시할 예정이다. 도는 올해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을 하기 위해 예산 26억원을 확보했다.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사전 협의도 진행 중이다.

도 관계자는 “조례 제정과 함께 단계에 맞게 복지부 사회보장제도와의 협의도 병행 추진해 올 하반기 실험 지역을 선정하고, 실제 기본소득이 지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기본소득 사회실험은 핀란드, 미국, 네덜란드,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도에 따르면 OECD 가입국 중 농촌에서 사회실험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안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도는 실험 지역으로 선정된 1개 면의 실거주자 4000여 명에게 직업, 나이, 재산에 상관없이 1인당 월 15만원씩 5년간 현금이나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는 “기본소득의 효과를 입증하고 사회적 갈등과 기회비용을 줄이는 한편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농촌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농민기본소득 조례안도 계류 중

도는 농민 1인당 월 5만원씩 연간 60만원을 지급하는 ‘농민기본소득’도 추진 중이다. 올 하반기 실시할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과는 별개다. 농민기본소득은 도내 모든 농민을 대상으로 한다. 도는 지난해 11월 도의회 2021년도 예산심의에서 농민기본소득 176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6월 도의회에 상정한 농민기본소득 관련 조례안 처리가 미뤄지고 있지만 도는 연내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가 선제적으로 농민·농촌 기본소득을 확대하면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 역시 비슷한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 포퓰리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수원=윤상연 기자 syyoon11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