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욕실·휴게실 함께 사용…마스크 착용 등 쉽지 않아

공장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노출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올해 충북 확진자 13% 외국인…공동 생활공간 방역 사각지대
욕실·화장실·휴게실을 함께 쓰면서 주말에는 한데 모여 식사하는 기숙사의 취약한 주거환경이 바이러스 확산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25일 충북도에 따르면 작년 2∼12월 확진자 1천185명 중 외국인은 56명(4.7%)이다.

이들 중 공항을 통해 들어오자마자 확진된 해외 입국자를 제외하면 27명(2.3%)이 국내 감염이다.

그러나 올해는 채 두 달이 안 되는 기간 72명이 확진됐다.

그것도 해외 입국자는 없고 전원 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근로자다.

1∼2월 전체 확진자 550명을 기준으로 할 때 이들의 비율은 무려 13.1%다.

작년과 비교하면 5.7배 많다.

특히 최근 외국인 감염이 부쩍 늘었는데, 지난 19일 이후 1주일간 확진된 45명 중 29명(64.4%)이 외국인이다.

보은의 한 사업장에서는 지난 18일부터 외국인 8명이 잇따라 확진됐고, 음성에서도 지난 23일 이후 4명의 외국인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영동의 한 대학에서는 지난 20일 이후 우즈베키스탄인 유학생 12명이 연속감염됐고, 같은 지역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4명도 전수검사 과정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바이러스 연쇄감염은 마스크를 벗고 생활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공동 주거환경에서 잦은데,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런 환경에 더욱 취약하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한 공장 기숙사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이 화장실·샤워실을 함께 쓰고, 주말에는 주방에 모여 음식을 해 나눠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는 경우도 많은데,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벗는 시간이 많다 보니 바이러스에 노출될 여지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또 다른 사업장은 탈의실이 없어 근로자들이 휴게실에서 작업복을 갈아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첫 감염자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진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아니라 다른 감염병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숙사의 방역여건이 열악했다"며 "공동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해 보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