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난다는 이유로 반지 낀 채 신생아 이마 때려 머리손상 사망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 학대 치사 피의자 처벌 강화 기류
'짜증 난다'는 이유로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자녀의 이마를 반지 낀 손으로 때려 숨지게 한 20대에게 검찰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23일 수원지법 형사15부(조휴옥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 A(21)씨는 지난해 12월 31일 경기 수원시 집에서 생후 29일 된 자녀 B군이 잠을 자지 않고 울자 화가 난다는 이유로 왼쪽 엄지손가락에 금속 반지를 낀 채 이마를 2차례 때려 이튿날 급성경막하출혈과 뇌부종 등으로 인한 머리 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A씨는 앞서 지난해 12월 중순 B군이 누워있는 매트리스를 마구 흔든 것을 비롯해 4차례에 걸쳐 신체적 학대 행위를 했으며, 사망 나흘 전인 지난해 12월 28일에는 B군이 다량의 대변을 보고 몸이 축 처진 상태로 숨을 헐떡거리는 데도 치료 등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 외에 아이 친모인 전 연인 C씨를 상대로 남자친구를 때릴 것처럼 협박하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는 등 3차례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C씨가 양육을 거부하자 홀로 아이를 키워오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러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1차 공판이 열린 이 날 살인죄로의 공소장 변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은 "구속사건이다 보니(기소 시한 내에) 부검 결과 나온 사인 및 경과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수사단계에서 관련 기관에 법의학 감정서를 의뢰해 놓았는데, 이를 토대로 공소사실을 다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뒤늦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최근 '정인이 사건'을 비롯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인이 사건' 이후 수사기관에서는 아동학대 사망사건 피의자들에게 살인 혐의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례로 경찰은 지난 17일 10살짜리 여조카를 마구 때리고, 이른바 '물고문'을 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과 관련, 부검 감정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가해자인 이모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영아라는 점을 고려할 때 A씨가 낀 반지가 '위험한 물건', 즉 흉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친아들이 숨을 헐떡거리는 데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부작위 살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필적 고의란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범행을 저지른 것을 말하며,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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