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도 6천44억원도 연체…방사청 "상호이익 방향 협상중"
인니, 보잉·라팔전투기 구매계획…KF-X사업 의지 있나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프랑스 전투기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에 계속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작년 프랑스 언론에서 인도네시아의 라팔 전투기 36~48대 구매 계획 보도가 나온 이후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공군참모총장이 전투기를 포함한 전력 증강 세부 계획을 밝히면서 이 보도가 기정 사실화됐다.

파자르 프라세티오 공군총장은 지난 19일 올해부터 2024년까지 다양한 현대식 방위장비를 갖출 계획이며 이 중에는 F-15EX와 라팔 전투기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F-15EX는 미국 보잉사의 F-15 계열 전투기 중 최첨단 버전이다.

라팔 전투기는 프랑스 다소가 개발한 기종으로 최근 인도도 36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외신 보도에 이어 인도네시아 공군총장이 F-15EX와 라팔 구매 계획을 밝힘에 따라 군 안팎에서는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수순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 군사 전문가는 21일 "인도네시아가 KF-X 분담금마저 미납한 상황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미국과 프랑스 전투기를 구매한다는 것은 딴맘을 먹은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KF-X 총사업비의 20%에 해당하는 1조7천619억 원을 개발 단계별로 분담하기로 했으나, 올해 2월 현재까지 내야 하는 8천316억 원 가운데 2천272억 원만 납부한 상태다.

KF-X 분담금과 관련해 그간 입을 다물어왔던 방위사업청은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 자료에서 인도네시아의 미납 분담금 규모가 현재 6천44억 원에 달한다고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인도네시아 측은 한국이 KF-X에 탑재하는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소극적 태도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KF-X 핵심기술 상당수가 미국과 관계되어 있어 기술 이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인도네시아 측이 의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측의 우려와 달리 한국은 AESA 레이더 개발에 성공해 시제 1호기에 장착하고 있다.

KF-X 개발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는 데도 인도네시아 측이 분담금을 계속 연체하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인니, 보잉·라팔전투기 구매계획…KF-X사업 의지 있나
KF-X는 4월 중에 시제 1호기가 출고되고, 2022년 상반기 첫 비행시험을 시작해 2026년까지 개발이 완료된다.

인도네시아는 사업비를 완납하면 KF-X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미국·프랑스 전투기 구매 계획에 따른 KF-X 공동개발 차질 우려가 제기되자 방사청은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방사청은 전날 입장 자료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F-15EX 및 라팔 도입 활동은 공군의 최소 필수전력 확보계획 일환으로 전력 공백 방지 또는 전력 보강을 위한 활동으로 추정된다"며 "KF-X 공동개발과는 별도의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KF-X가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이전의 전력 공백 보강을 위해 다른 나라 전투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방사청은 "인도네시아 측은 KF-X 사업의 지속 참여 의지를 표명한 바 있고, 양국은 수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협의가 완료되면 이를 국민들께 알려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