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모두를 놀라게 한 금리 상승의 속도
16(일) 뉴욕 증시는 장 초반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백신 보급에 속도가 붙으면서 올 봄 미국 경제의 재개는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전일 기준 하루 확진자가 5만3883명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추가 부양책이 다음 달까진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이 재가동되고 막대한 돈까지 쏟아지면 경기 회복 속도는 빨라질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작년 3월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20 이상에 머물던 공포지수(VIA)는 지난주 처음으로 19대로 내려왔습니다. VIX가 20 이하로 떨어지면 상당수 퀀트 펀드 등은 이를 추가 매수 신호로 간주합니다. 추가 매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은 다시 21.46으로 다시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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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초반 다우는 150포인트 넘게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습니다. 하지만 오후 12시가 넘어서자 한 때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요동쳤습니다. 이후 소폭 반등해 64.35포인트, 0.2% 상승한 채 마감됐습니다. 하지만 S&P 500 지수와 나스닥은 상승폭을 지키지 못하고 각각 0.06%와 0.34% 떨어졌습니다.

그 중심엔 금리가 있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작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연 1.20%선에서 마감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개장 직후 1.25%까지 오르더니 장 막판엔 1.316%까지 치달았습니다. 하루만에 10bp(1bp=0.01%포인트) 넘게 폭등한 것입니다. 또 30년물은 장중 한 때 연 2.096%까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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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Fed가 연 1.5%대까지 금리 상승을 용인할 것으로 같다'고 전해드렸는데, Fed 멤버들은 이런 예상을 확인시켜줬습니다. 또 △민주당이 트럼프 탄핵 실패 이후 부양책 통과에 전력을 쏟기로 한 점 △유가 급등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연 1.5%까지는 기술적 저항선이 없다는 점 △설연휴로 아시아쪽 매수 수요가 적었다는 점 △전날 유럽 국채 금리 상승 등이 이날 급등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방은행 총재는 "장기 국채 금리의 급등에 대해 아직 걱정하지 않는다. 계속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단기는 괜찮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와 관련 'Fed가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일 필요가 있지 않는가'란 질문에 "그렇지 않다. 통화정책은 현재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비트코인 등 투기적 현상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조지 총재는 "비트코인의 우리 시대의 '현상'으로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며 "장기적으론 어떤 일이 생길 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전체적으로 주식이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과도한 상태인 지는 불명확하다. 이는 일상적 투자"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연 1.5%도 안 되는 금리라면 절대 수준 자체가 낮습니다. 증시를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현재 금리의 상승 배경은 경기 회복 기대입니다. 모두가 공감하는 '좋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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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속도는 문제입니다. 하루에 10bp 이상 치솟아버리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1.5%선에도 금세 다가설 수 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선 이런 금리 상승의 속도에 대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종목별로 보면 뚜렷했습니다. 금리 상승의 가장 큰 수혜주인 금융주가 1.77% 급등한 반면, 금리가 오르면 부정적 영향을 받는 리츠 등 부동산(-1.07%), 유틸리티(-1.14%) 등은 힘을 쓰질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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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기 회복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에 경제 재개 관련주인 여행주, 에너지주 등이 급등했습니다. 보잉이 2.94% 올랐고 노르웨이지안크루즈는 7.01% 치솟았습니다. 에너지주의 경우 미 전역에 몰아닥친 북극 한파로 인해 추가 상승동력을 얻어 업종 지수가 2.26%나 올랐습니다.

반면 고평가된 기술주, 즉 테슬라(-2.44%) 펠로톤(-5.68%) 등은 약세를 보였고 이날 아침 최초로 5만 달러를 넘었던 비트코인도 오후엔 4만8000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빅테크들은 엇갈렸지만 그중 가장 채권과 비슷한 애플(-1.61%)이 약세를 보였습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현재 한 방향으로 크게 쏠려있는 상태입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발표한 2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FMS)에 따르면 V자 경기 회복은 기정사실이 됐고, 이들은 주식과 상품을 사들이느라 보유현금 수준은 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현재 장세를 거품이라고 진단한 사람은 13%에 불과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펀드매니저의 91%는 2021년 경제가 강해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V자 회복을 전망하는 응답자가 34%로 팬데믹 발생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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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좋으면 인플레이션 기대도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높은 인플레를 예상하는 응답자가 70%를 넘었습니다. 향후 12개월간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는 응답자도 84%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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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보니 매니저들은 공격적 투자에 나섰습니다. 평상시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응답이 25%에 달했습니다. 이는 기록적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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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보유 비중은 3.8%로 떨어져 2013년 3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이들은 주식과 상품에 돈을 쏟아 부어 투자 비중이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90%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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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붐비는 거래로는 기술주 매수(35%), 비트코인 매수(27%), 달러 매도(13%)를 1, 2, 3위로 꼽혔습니다. 기술주 매수는 지난달에 비해 증가했지만 비트코인 매수, 달러 매도는 지난달보다 크게 감소했습니다. 4위로는 처음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매수가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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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어떤 자산의 수익률이 좋을 것 같은가’란 질문에는 이머징마켓, 원유, S&P500 지수, 비트코인 등의 순으로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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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fA는 이들의 거래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매우 '경기 순환' 영역에 쏠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상품과 주식 중에선 산업, 소재, 그리고 이머징마켓 등에 집중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리츠와 필수소비재, 에너지, 채권, 현금 비중은 역사적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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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증시 상황에 대해선 53%가 강세장 말기라고 진단했고 27%는 강세장 초기라고 답했습니다. 버블 상태라고 답한 매니저는 13%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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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위험 요인으로는 백신 배포 지연, 인플레이션, 기술주 거래 쏠림, 비트코인 등을 꼽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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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문결과를 종합한 BofA의 마이클 하트넷 최고 전략가는 "약세론이 전혀 없다는게 단 한 가지 약세의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투자자들이 한 쪽으로 쏠린 상황에서 얘기치 못한 일이 터지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만약 10년물 금리가 경제 재개도 전에 금세 연 1.5%를 넘어버린다면 그런 방아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