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부동산 당정협의에 홍남기 오지 마라" …'洪 패싱' 시작하나
4일 문재인 정부 25번째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당정협의회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홍 부총리를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홍 부총리가 여당 추진 대책에 잇따라 '태클'을 건 데 따른 '의도적인 배제'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당정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홍익표 정책위의장, 진선미 의원(국회 국토위원장), 조응천 의원(국토위원회 여당 간사)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나왔다.

눈에 띄는 것은 국토부는 장관이 나왔는데 기재부는 부총리 대신 김 차관이 출석했다는 점이다.통상 부동산을 포함한 주요 경제 대책 발표 전 당정협의엔 부총리가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당정협의에 부총리 대신 차관을 보내달라고 기재부에 말했다"며 "이번 대책이 국토부의 주요 업무인 부동산 공급에 관한 것이고, 변창흠 장관의 첫 당장협의라 국토부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부총리와 여당 관계가 불편해진 데 따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하지만 과거 8·4대책 등 부동산 공급 대책 때는 부총리가 당정협의에 참석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이런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홍 부총리의 잇따른 '반기'에 심기가 불편해진 여당이 일부러 부총리를 배제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난 2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보편 지급과 소상공인 등 선별 지급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부총리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이상 기류는 지난달부터 감지됐다. 지난달 24일 자영업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 당정청 협의 때도 부총리는 불참했다. 당시 기재부는 몸살 감기 때문에 홍 부총리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손실보상제 관련 이견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홍 부총리는 여당이 주도하는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사례가 없고 재정 소요가 너무 많이 든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이를 두고 여당이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홍 부총리를 배제시키는 '패싱'이 본격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으로 주요 정책은 여당이 키를 잡고 주도하며, 행정부와 협의하더라도 말이 잘 통하는 부처하고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날 당정협의에서 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당정협의 때는 여당 관계자만 발언하고 장관은 배석만 했기 때문이다. 여당이 정권과 코드가 맞는 변 장관을 의도적으로 띄워주면서 "부동산 정책 주요 파트너는 기재부가 아닌 국토부"란 신호를 준 것이라는 얘기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아무리 배제하려 해도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는 부총리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의도적인 홍남기 패싱은 정부 국정 운영에 혼란과 차질만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민준/구은서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