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명 작가 가브리엘 마츠네프가 약 30년 전 13세 소녀를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혐의를 폭로한 소설 '동의'가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됐다.

프랑스 출판사 쥘리아르 대표인 바네사 스프링고라가 지난해 1월 세상에 내놓은 자전적 소설이자 데뷔작으로, 당시 프랑스 문단은 물론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이 소설 내용으로 인해 마츠네프는 문화계에서 매장됐고, 당국은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그를 수사했다.

이 문제는 한국 문단의 고은 성추행 의혹이나 연극계의 이윤택 성폭력 사건보다 충격이 더 컸다.

성인들의 '미투(MeToo: 나도 피해자다)'가 아니라 어린 소녀를 성적으로 유린했다는 혐의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월가 출신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 추문 사건이 할리우드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의혹보다 더 큰 논란을 부른 것과도 유사하다.

와인스타인은 '미투'를 처음 촉발했지만, 엡스타인은 아동 성매매와 소아성애 등 반인륜 범죄 혐의로 복역했다.

즉 판단력을 갖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져야 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스스로 책임 있는 판단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미성년에 대한 성범죄는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소설의 제목이 '동의'인 것은 이런 차원이다.

스프링고라는 소설을 통해 자신을 상징하는 열세 살 소녀 'V'가 마츠네프를 뜻하는 쉰 살 작가 'G'의 꾐에 넘어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마츠네프는 당시 소녀였던 스프링고라가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스프링고라는 동의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스프링고라는 자신이 부모의 이혼과 무심한 아버지 탓에 부성애 결핍증을 앓았으며, 이를 문학과 독서로 보상받으려 하는 심리 상태를 '청소년성애자'이자 문단에서 확고한 지위를 가진 마츠네프가 잘 알고 활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자신이 성관계에 '동의'한 게 아니라 '가스라이팅'에 의해 정서적으로 조종되고 성적으로 착취된 것이라는 의미다.

스프링고라는 이 데뷔작으로 엘르여성독자대상을 받고 세계적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소설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개국에서 출간됐다.

은행나무출판사가 파리3대학 통번역대학원 번역학 박사 정혜용의 번역으로 최근 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