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방영된 SBS ‘AI vs 인간’ 김광석 편 일부. SBS 유튜브 캡처.
지난달 22일 방영된 SBS ‘AI vs 인간’ 김광석 편 일부. SBS 유튜브 캡처.
인공지능(AI)이 특허를 만들어낸다면, 그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최근 고도로 진화한 AI가 발명과 창작물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해외 업계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 ‘AI 발명가’논쟁은 이미 뜨거운 감자로 통한다. 2019년에 있었던 ‘특허 거절 사건’이 대표적이다. 고도화된 AI가 2건의 ‘발명품’을 내놨는데, 이 발명의 권리를 AI에게 줄것인지를 두고 사상 첫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최초의 AI 발명가가 되려 했던 프로그램의 이름은 ‘다부스(DABUS)’다. 인간의 정신적 불안 상태를 모방한 AI인데, 쓰임새가 넓다고 평가받는다. 영국 서리대의 라이언 애벗 교수팀은 이 다부스를 이용해 프랙탈(Fractal) 구조 기반의 음식 용기, 램프 등 2건의 발명을 해냈다.

당시 교수팀은 특허 신청을 하며 ”발명자를 AI로 하되, 특허권을 이양해달라“고 주장했다. 초유의 사태에 신청서를 받아든 유럽특허청(EPO)은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EPO는 “AI가 발명자의 권한이 없어 특허는 무효”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학계의 반론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발명은 존재했지만, 사람도 기계도 권리를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일본의 경우는 더 황당한 사례다. 회계프로그램 특허권자 프리(Freee)사는 2017년 한 회계프로그램 개발업체를 고발했다. 업체 측 AI가 자사 것과 똑같은 결과물을 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는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법원은 청구를 기각하며 “AI가 스스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라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AI의 결과물이 새로운 특허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AI 특허권에 대해 논의가 더디던 일본에서, 해당 판례는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AI가 회계 프로그램을 만들어냈지만, 피고도 원고도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모순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최근 일본이 특허권 대상 확대를 검토하게 된 계기다.

이처럼 글로벌에서 ‘AI 발명가’에 대한 법적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국내에서도 AI의 발명과 저작물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TV프로그램 등지에서 ‘AI 김광석’등 AI의 창작물이 대중 매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관심이 커졌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특허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기관과 의견 교환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는 “국내 특허법상으론 AI가 발명 유사 행위를 했을 때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전무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다만 사람의 권한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면 관련 산업이 위축될 위험이 있고, 반대의 경우 특정 기업에게만 권리가 쏠릴 수 있어 적절한 가치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