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이 재정 지원을 확대하면서 국가 부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부채 비율이 1년 새 10%포인트 넘게 뛰면서 작년 말 100%에 육박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IMF가 공개한 재정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98%로, 1년 전(84%) 대비 14%포인트 급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세계 부채는 달러 기준으로 89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덕분에 돈을 쉽게 차입할 수 있는 선진국에서 부채가 많이 늘었다는 게 IMF의 설명이다. 선진국의 부채 비율은 2019년 105%에서 작년 말 123%로 급증했다. 올해는 완만하게 증가해 125%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29%로 추정됐다. 1년 전에는 108%였다. 올해 말엔 133%로 높아질 전망이다. IMF는 공기업 등을 제외한 정부 부채만을 따져 국가 부채 비율을 산정한다.

비터 가스파 IMF 재정담당 국장은 “올해 말까지는 국가 부채 비율이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금은 각국 정부가 코로나 전염병을 퇴치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하기 때문에 성급하게 재정 지출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게 IMF의 설명이다. 시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긴축 정책으로 전환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동시에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과도한 적자성 지출이 일부 국가에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IMF의 파올로 마우로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금리가 일단 오르기 시작하면 인상 속도가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