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다탄두 탑재 가능한 수준"
ICBM은 등장 안해 '수위 조절'
15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전날 밤 열병식 영상을 보면 ‘북극성-5ㅅ’이라고 적힌 SLBM 여러 발이 이동식 발사 차량(TEL)에 실려 등장했다. ‘북극성-4ㅅ’보다 탄두 크기를 키운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북극성-4ㅅ’이 2019년 시험 발사된 ‘북극성-3’에 비해 더 굵어졌다면 이날 공개된 ‘북극성-5ㅅ’은 ‘북극성-4ㅅ’보다 탄두 부분이 더 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다탄두가 탑재됐거나 사거리가 기존보다 길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5~7일 진행된 당대회 사업 총화(결산) 보고에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 단계에 있다”며 핵추진 잠수함 개발이 임박했음을 공식화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핵잠수함이 건조되면 미국의 대(對)잠수함 전력에 탐지되지 않고 미 본토 근처까지 잠항한 뒤 SLBM을 발사할 수 있어 기습적인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세계를 압도하는 군사 기술적 강세를 확고히 틀어쥔 혁명 강군의 위력을 힘 있게 과시하며 수중 전략 탄도탄, 세계 최강의 병기가 (열병식) 광장에 연이어 들어섰다”고 전했다. 수중 전략 탄도탄은 SLBM의 북한식 호칭이다. 다만 일각에선 ‘북극성-4ㅅ’과 ‘북극성-5ㅅ’의 시험 발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들 미사일의 완성도와 실전 배치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열병식에는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개량형도 등장했다. 종전보다 탄두 모양이 뾰족해지고 길이도 길어졌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전술핵무기를 탑재하기 위한 개량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번 당대회에서 전술핵 개발을 지시한 바 있다.
북한은 작년 10월 열병식 때와 달리 대미(對美) 전략무기로 평가받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사진은 공개하지 않아 이번에는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1월 20일)을 닷새 앞두고 미국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열병식 연설도 따로 하지 않았고, 김정관 국방상이 대신 연단에 섰다. 그는 “적대세력이 국가 안전을 조금이라도 침해하면 가장 강력한 힘을 선제 동원해 응징하겠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