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상가 공실률 30%…"상권 특성에 맞는 정부 대책을"
참다못한 이태원 상인들 "홍대·강남·종로와 공동대응 계획"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한 대형클럽을 고리로 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고사 위기로 몰린 이태원 자영업자들이 타지역 상권과 연계한 집단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학원, 실내체육시설 등 업종별 자영업자들의 집단행동에 다른 업종 업주들이 자극을 받고, 이것이 지역 상권별 단체행동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9일 이태원에서 업소 집기를 내던지는 퍼포먼스를 주최한 배광재(49)씨는 11일 서울 용산구 한 상점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강남, 홍대, 종로 등 다른 지역 상권과 연계해 유기적으로 대응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배씨는 이태원에서 10여년간 부동산 중개업을 해왔지만, 올해는 상가 계약을 한 건도 체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젠 빚을 낼 곳도 없다"던 그는 평소 교류해 온 이태원 업주들과 연예인 홍석천(50)씨, 강원래(52)씨와 함께 지난 주말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며 행동에 나섰다.

홍씨와 강씨는 이태원에서 각각 레스토랑과 주점을 운영했으나 지난해 모두 영업을 접었다.
참다못한 이태원 상인들 "홍대·강남·종로와 공동대응 계획"
배씨는 "이태원 세 글자만 꺼내면 다들 욕을 해서 참고 있었지만 지금은 (생존이) 너무 절실해서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해 발표한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이태원이 30.3%로, 서울 전체(5.7%)보다 5배 높았다.

배씨를 포함한 이태원 일대 자영업자들은 "작년 5월 언론과 정부로부터 '이태원발(發)'이라고 낙인이 찍혔다"면서 이후로 쭉 벼랑 끝에서 살아왔다고 했다.

배씨는 "마치 이태원에 가면 감염되는 것처럼 마녀사냥을 당해 여기 사람들은 이태원 사람이라는 걸 얘기하질 못했다"면서 "한 업주는 이태원에서 가게를 한다는 걸 자녀 유치원 선생님이 알게 될까 봐 말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방역을 위해 밤 9시까지로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점심보다 저녁·심야 영업 위주인 이태원 상권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한 업주는 "낮이든 밤이든 매장당 하루 8시간씩 영업하는 것으로 제한하면 안 되나.

낮에도 지하철 타고 모여있는데 왜 밤에만 걸린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날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정부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동파 수도관 수리비도 안 된다"며 코로나19 이전 매출 규모에 따르는 지원 등 영업장별 '핀셋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특별방역대책이 끝나는 이달 17일까지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후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