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이후 반복된 산재사고…재해법이 죽음의 고리 끊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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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소규모 사업장 유예·제외…노동계 "죽음마저 차별하나" 반발
전문가들 "글로벌 스탠더드 못 미쳐…모호한 법으로 실효성 없을 듯"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2년여 만인 8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노동 현장 반응은 싸늘하다.
산업재해 사망 사고 대부분이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현실을 법이 담지 못했다는 비판이 노동계에선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법 자체가 애매해 실효성이 없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 김용균 사망 후 2년 만에 제정…중소규모 사업장은 제외·유예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법을 의결했다.
산재 등으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고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는 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후 법이 적용된다.
이 법은 2018년 12월 11일 새벽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태안화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용균(당시 24세)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면서 촉발됐다.
당시 홀로 일했던 김씨는 별다른 안전 장비도 없이 작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사고 책임자 11명이 검찰에 넘겨졌지만, 원·하청 대표이사들은 처벌에 대상에서 빠지면서 산재 사망사고를 막으려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반향을 불러온 김씨 사망 이후에도 하청 노동자 산재는 반복됐다.
태안화력에선 지난해 9월에도 협력업체와 계약한 화물차주가 갑자기 굴러떨어진 스크루에 깔려 숨졌고, 두 달 뒤 인천 영흥발전소에서 안전 장비 없이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또 숨지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이달 3일에는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5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청소 중 기계에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끊이지 않는 산재 속에 김용균 씨 어머니인 김미숙 씨는 지난해 8월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동의자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회로 넘어갔다.
◇ 노동계 "기업 봐주는 법…사망사고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서 발생"
논란 끝에 법은 통과됐지만, 노동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발한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 법이 지난 7일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죽음마저 차별하느냐"며 반발했다.
전체 사업장 80%인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60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개정 투쟁을 벌이겠다고 알린 상황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법사위 소위안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죽어도 된다는 법, 발주처 책임을 묻지 않는 법, 책임 있는 대표이사가 '바지 이사'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법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산재 사고로 855명이 숨졌다.
5∼49인 사업장에서 359명(42.0%),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01명(35.2%)이 사망해 대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9월까지 산재로 660명이 숨졌는데, 5∼49인 사업장에서 291명(44.1%), 5인 미만 사업자에서 231명(35%)이 사망했다.
이성호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대형 조선 사업장 산재사고 사망자만 놓고 보면 80%는 하청 노동자다"며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50인 미만 하청업체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법안은 사실상 기업을 봐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글로벌 스탠더드 못 미쳐…자의적 적용 가능" 지적
전문가 일각에선 법의 실효성을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국가 중에서 산재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준을 고려할 때 처벌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영국에선 소규모 사업장도 처벌하고 일명 기업과실치사법에 따라 기업이 연 매출의 250%를 벌금으로 낸 적도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법 자체가 가진 모호성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경영인이 정확히 무엇을 준수해야 하는 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며 "경찰이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글로벌 스탠더드 못 미쳐…모호한 법으로 실효성 없을 듯"

산업재해 사망 사고 대부분이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현실을 법이 담지 못했다는 비판이 노동계에선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법 자체가 애매해 실효성이 없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 김용균 사망 후 2년 만에 제정…중소규모 사업장은 제외·유예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중대재해법을 의결했다.
산재 등으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고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는 산업재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후 법이 적용된다.

당시 홀로 일했던 김씨는 별다른 안전 장비도 없이 작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사고 책임자 11명이 검찰에 넘겨졌지만, 원·하청 대표이사들은 처벌에 대상에서 빠지면서 산재 사망사고를 막으려면 경영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사회적 반향을 불러온 김씨 사망 이후에도 하청 노동자 산재는 반복됐다.
태안화력에선 지난해 9월에도 협력업체와 계약한 화물차주가 갑자기 굴러떨어진 스크루에 깔려 숨졌고, 두 달 뒤 인천 영흥발전소에서 안전 장비 없이 일하던 하청업체 노동자가 또 숨지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이달 3일에는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5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청소 중 기계에 끼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끊이지 않는 산재 속에 김용균 씨 어머니인 김미숙 씨는 지난해 8월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동의자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국회로 넘어갔다.
◇ 노동계 "기업 봐주는 법…사망사고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서 발생"
논란 끝에 법은 통과됐지만, 노동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발한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 법이 지난 7일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죽음마저 차별하느냐"며 반발했다.
전체 사업장 80%인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60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개정 투쟁을 벌이겠다고 알린 상황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법사위 소위안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죽어도 된다는 법, 발주처 책임을 묻지 않는 법, 책임 있는 대표이사가 '바지 이사'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는 법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산재 사고로 855명이 숨졌다.
5∼49인 사업장에서 359명(42.0%),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01명(35.2%)이 사망해 대다수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9월까지 산재로 660명이 숨졌는데, 5∼49인 사업장에서 291명(44.1%), 5인 미만 사업자에서 231명(35%)이 사망했다.
이성호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대형 조선 사업장 산재사고 사망자만 놓고 보면 80%는 하청 노동자다"며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50인 미만 하청업체가 늘어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법안은 사실상 기업을 봐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 일각에선 법의 실효성을 지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국가 중에서 산재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준을 고려할 때 처벌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영국에선 소규모 사업장도 처벌하고 일명 기업과실치사법에 따라 기업이 연 매출의 250%를 벌금으로 낸 적도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법 자체가 가진 모호성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경영인이 정확히 무엇을 준수해야 하는 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며 "경찰이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법으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