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유동성 공급 여파로
美 상반기 물가상승률 2.5% 전망
보잉·디어 등 인플레 수혜주 주목
로젠버그 "증시 20~30% 고평가
3만弗 돌파한 비트코인도 버블"
월가 “30년간 못 봤던 인플레이션 온다”
최근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30일 미국 비안코리서치의 설립자 짐 비안코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비안코는 물가상승률이 미 중앙은행(Fed)의 목표치인 2%를 0.5%포인트 정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근원물가상승률(곡물 이외 농산물·석유류 등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가 급등락하는 품목을 제외하고 측정하는 물가지수) 2.5%는 사실상 지난 28년 동안 보지 못했던 최고치”라며 “거의 한 세대 동안 인플레이션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플레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안코는 물가가 올라 Fed가 긴축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경고도 덧붙였다.
투자은행(IB)들도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내놨다. 다만 부진한 노동시장과 일부 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상반기께 근원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씨티그룹도 올해 4월께 물가상승률이 2% 위로 오른 뒤 수개월간 이어지다 연말께 2%로 다시 내려올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1.8%, 내년을 2.2%로 예상하면서 “기저효과 때문에 일시적으로 물가가 치솟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용 부진과 평균물가목표제 때문에 완만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는 지난해 8월 물가상승률이 평균 2%를 넘어도 금리를 올리지 않고 일정 기간 용인하겠다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뉴욕 연방은행이 지난해 11월 소비자기대지수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향후 1년 동안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중간값은 2.8%에서 3.0%로 올라 1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만달러 넘은 비트코인…“버블이다”
금융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퍼지자 화폐가치 하락을 방어할 가상화폐에 투자 심리가 몰리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일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월가에서는 비트코인과 유동성이 떠받친 주식시장에 대한 거품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비관론자로 통하는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리서치 대표는 “여러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도 현재 주식시장이 20~30%는 고평가됐다”며 “비트코인도 단기적인 급등세는 매우 이례적이며 시장 최대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금리가 현 수준에 머물고 경제활동이 극적으로 후퇴하지 않는 한 거품이 이른 시일 내에 터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품 속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젠버그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투자할 만한 안전자산으로 금을 꼽았다.
인플레이션 수혜주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항공운임, 호텔, 의류, 금융 등이 직간접적인 디스인플레이션 효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는 1975~2019년까지 매년 물가와 주식 수익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인플레이션 수혜 업종으로 에너지, 산업재, 원자재 등을 꼽았다. BoA가 소개한 종목에는 보잉, 디어, 캐터필러, 아메리칸타워, MGM리조트 등을 비롯해 애플, 인텔 등 기술주도 포함됐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