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2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매각 작업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와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지부진하던 협상의 걸림돌이 해소돼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과 매각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채무 정리땐 매각 속도" vs "車판매 줄면 재논의"
자동차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AAH는 앞서 쌍용차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대신 기존 주주 지분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힌드라가 기존 지분을 감자하면 HAAH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지분 74.7%를 보유한 마힌드라는 제안서를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인도 정부와 중앙은행 등이 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자국 기업이 외국에 투자한 주식을 매각할 때 감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힌드라의 소극적인 태도와 인도의 법제도 때문에 한동안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했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기존 채무를 정리할 수 있어 매각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HAAH 측도 법정관리 신청을 원했다고 IB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법정관리 신청이 마힌드라와 인도중앙은행 등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하기 전까지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면 쌍용차 회생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쌍용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HAAH가 인수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새 주인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면 회사 경쟁력만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정부가 어떻게 나설지도 관건이다. 산은은 쌍용차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고 있다. 정부도 쌍용차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산은이 쌍용차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신규자금 투입 및 출자전환 등을 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다.

쌍용차가 고용과 지역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인도를 방문했을 당시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의 복직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고, 같은해 9월 쌍용차 노사는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로선 쌍용차가 또다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직접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