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맛'이 가장 중독성 강하고 치명적이라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WAVE] 코로나에도 뛰는 봉사자 3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정중식 씨
"생명을 구제하려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코웨이 인천공장 근무 박영모 씨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책 40권 만들었죠"
아모레퍼시픽 직원 김상덕 씨
"나눔으로 세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
응급의학과 전문의 정중식 씨
"생명을 구제하려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코웨이 인천공장 근무 박영모 씨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책 40권 만들었죠"
아모레퍼시픽 직원 김상덕 씨
"나눔으로 세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
2015년 7월 카메룬 수도 야운데. 열 살 아이가 우물물을 긷다 빠졌다. 물에 흠뻑 젖은 아이는 의식이 없었다. 가까스로 아이를 받아준 곳은 열흘 전 개원한 야운데 응급센터였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아이의 가슴에 청진기를 댄 의사는 피부색이 다른 낯선 동양인. 정중식 응급의학과 전문의(49)였다.
16일 경기 성남시의료원에서 만난 정 전문의는 “열흘만 늦게 개원했으면 한 아이의 생명을 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날을 회상했다. 그는 2013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카메룬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의료 전문가로 파견됐다. 야운데 응급센터를 설립하고 응급진료 체계를 마련하는 일을 했다. 야운데 응급센터는 응급병상 41개와 중환자실 병상 9개를 갖춘 카메룬 최초의 현대식 응급센터다.
카메룬에 가기 전 그는 서울대가 운영하는 서울시 보라매병원 조교수였다. 연구보다는 홈리스 진료구역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이 좋아서 교수직을 버렸다. “가난과 생명을 구제할 기회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났어요.”
카메룬의 의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곳에선 환자가 의약품, 의료소모품부터 의무기록 종이까지 직접 구입해야 진료가 시작됐다. 정 전문의는 KOICA 자원봉사 의료진 43명 및 서울대병원 연구진과 함께 이를 후불제로 바꿨다. 그는 “응급진료 체계를 마련해 더 많은 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귀국 후에도 그는 생사의 고비에서 싸우는 환자들에게 향했다. 지난 9월부터 성남시의료원에서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는 “다른 의료진이 목숨 걸고 코로나19와 싸우는 것을 보며 부채의식이 생겼다”며 “환자를 돌보다 언젠가는 다시 아프리카에서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코웨이 인천공장에서 전기레인지와 연수기를 생산하는 박영모 씨(41)는 2012년부터 100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을 만든다. 총 40권의 점자책이 그의 손을 거쳤다.
박씨는 “퇴근 후에는 물론 주말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일반 서적의 본문을 점자로 변환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책 한 장을 옮기는 데 30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단어 하나하나를 이해하고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점자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책이 갖는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점자책 제작은 시각장애인에게 세상의 이런 저런 얘기를 읽고 소통할 기회를 주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회사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의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이 제도가 없어졌지만 박씨는 요즘도 열심히다. “처음엔 의무감에 시작했지만, 지금은 달라요. 시각장애인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겁니다.” 온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10년간 주말 봉사활동을 거르지 않은 김상덕 아모레퍼시픽 부장(50)은 종종 부인, 아들과 함께한다. 김 부장이 중증·지적장애인 시설에서 이불빨래를 하면 부인과 아들은 배식을 챙기는 식이다.
김 부장은 “봉사활동은 내가 하는 게 10이면 얻어가는 게 300이다”라며 “그 감동은 다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만든 게 ‘1365자원봉사포털’이다. ‘1년 365일 봉사하기 좋은 날’이라는 의미의 이 사이트에 회원가입한 뒤 거주하는 지역을 검색해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서 신청하면 된다.
시와 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지역봉사단을 모집하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대학생이라면 학내 봉사동아리에 가입하거나 각 기업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에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SK의 대학생자원봉사단 SUNNY, 현대자동차의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삼성전자의 드림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단체나 기관에 기부하는 재능기부형 봉사도 있다. 재능기부는 캘리그라피, 낭독 봉사, 공연, 상담 등 분야가 다양하다. 한국재능기부봉사단, 한국점자도서관 등 단체의 사이트에 방문해서 신청할 수 있다.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과 직무 역량을 대가 없이 사회와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보노(Pro Bono) 활동도 일종의 재능기부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면 비대면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온라인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유형의 자원봉사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나눔물품을 제작해 비대면으로 나누기 △사회에 희망을 주는 사진이나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 전파하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시민실천 캠페인 참여하기 △정서적 안정을 돕는 취미활동 배움 공유하기 △진로나 정서적 지원을 돕는 온라인 멘토링 참여하기 △전문영역의 정보 습득을 돕는 온라인 교육 참여하기 등이 있다. 봉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기부로 이웃을 도울 수 있다. 현금·부동산부터 옷, 헌혈권, 모발까지 자신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부동산도 기부할 수 있다.
카드사와 통신사의 포인트도 기부가 가능하다. 포인트로 기부하면 카드사가 이를 현금으로 바꿔 기부하는 방식이다. 현금 기부와 마찬가지로 연말 소득공제 혜택이 가능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라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푸드뱅크에 식품을 기부할 수 있다.
성남=양길성/인천·청주=정지은/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
카메룬에 가기 전 그는 서울대가 운영하는 서울시 보라매병원 조교수였다. 연구보다는 홈리스 진료구역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이 좋아서 교수직을 버렸다. “가난과 생명을 구제할 기회를 찾아 아프리카로 떠났어요.”
카메룬의 의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곳에선 환자가 의약품, 의료소모품부터 의무기록 종이까지 직접 구입해야 진료가 시작됐다. 정 전문의는 KOICA 자원봉사 의료진 43명 및 서울대병원 연구진과 함께 이를 후불제로 바꿨다. 그는 “응급진료 체계를 마련해 더 많은 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했다.
귀국 후에도 그는 생사의 고비에서 싸우는 환자들에게 향했다. 지난 9월부터 성남시의료원에서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는 “다른 의료진이 목숨 걸고 코로나19와 싸우는 것을 보며 부채의식이 생겼다”며 “환자를 돌보다 언젠가는 다시 아프리카에서 ‘심장이 뛰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코웨이 인천공장에서 전기레인지와 연수기를 생산하는 박영모 씨(41)는 2012년부터 100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을 만든다. 총 40권의 점자책이 그의 손을 거쳤다.
박씨는 “퇴근 후에는 물론 주말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일반 서적의 본문을 점자로 변환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책 한 장을 옮기는 데 30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단어 하나하나를 이해하고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점자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책이 갖는 존재감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점자책 제작은 시각장애인에게 세상의 이런 저런 얘기를 읽고 소통할 기회를 주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 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회사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의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이 제도가 없어졌지만 박씨는 요즘도 열심히다. “처음엔 의무감에 시작했지만, 지금은 달라요. 시각장애인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할 겁니다.” 온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10년간 주말 봉사활동을 거르지 않은 김상덕 아모레퍼시픽 부장(50)은 종종 부인, 아들과 함께한다. 김 부장이 중증·지적장애인 시설에서 이불빨래를 하면 부인과 아들은 배식을 챙기는 식이다.
김 부장은 “봉사활동은 내가 하는 게 10이면 얻어가는 게 300이다”라며 “그 감동은 다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봉사, 어떻게 하면 되나요…초보를 위한 가이드
심장 뛰는 일 하고 싶나요? 자원봉사 일단 시작하세요자원봉사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만든 게 ‘1365자원봉사포털’이다. ‘1년 365일 봉사하기 좋은 날’이라는 의미의 이 사이트에 회원가입한 뒤 거주하는 지역을 검색해 내 주변에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서 신청하면 된다.
시와 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지역봉사단을 모집하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대학생이라면 학내 봉사동아리에 가입하거나 각 기업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에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SK의 대학생자원봉사단 SUNNY, 현대자동차의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삼성전자의 드림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단체나 기관에 기부하는 재능기부형 봉사도 있다. 재능기부는 캘리그라피, 낭독 봉사, 공연, 상담 등 분야가 다양하다. 한국재능기부봉사단, 한국점자도서관 등 단체의 사이트에 방문해서 신청할 수 있다.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과 직무 역량을 대가 없이 사회와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보노(Pro Bono) 활동도 일종의 재능기부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면 비대면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온라인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유형의 자원봉사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나눔물품을 제작해 비대면으로 나누기 △사회에 희망을 주는 사진이나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 전파하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시민실천 캠페인 참여하기 △정서적 안정을 돕는 취미활동 배움 공유하기 △진로나 정서적 지원을 돕는 온라인 멘토링 참여하기 △전문영역의 정보 습득을 돕는 온라인 교육 참여하기 등이 있다. 봉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기부로 이웃을 도울 수 있다. 현금·부동산부터 옷, 헌혈권, 모발까지 자신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다.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부동산도 기부할 수 있다.
카드사와 통신사의 포인트도 기부가 가능하다. 포인트로 기부하면 카드사가 이를 현금으로 바꿔 기부하는 방식이다. 현금 기부와 마찬가지로 연말 소득공제 혜택이 가능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라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푸드뱅크에 식품을 기부할 수 있다.
성남=양길성/인천·청주=정지은/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