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풀린 'V-Day'에도 뉴욕 증시가 오르지 못한 이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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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국은 코로나 백신 뉴스로 들썩였습니다. 화이자 백신 보급이 시작된 이날 아침 뉴욕시 퀸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샌드라 린지가 처음 접종을 받았습니다.
뉴욕 증시는 장 초반 다우가 20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열기를 잃어가면서 결국 약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는 0.62%, S&P 500 지수는 0.44% 하락했습니다. 나스닥만이 0.5% 올랐습니다.
하지만 내년 봄바람과 함께 금세 경제가 정상화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빌 게이츠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2022년에 들어갈 때까지 지속돼야하며 레스토랑, 바 등은 향후 6개월은 문을 닫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잘 관리한다면 12~18개월 사이 정상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총 30만 명을 넘어 제2차 대전 때 미군 전사자 수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피츠버그의 전체 시민 숫자와 비슷합니다. 이날 뉴욕시의 빌 드블라지오 시장은 "뉴욕시민들은 또 다시 전면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럽에서도 독일과 영국 런던이 봉쇄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습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다시 '재택 수혜주(Stay at Home)'에 몰렸습니다. 넷플릭스가 3.82%, 펠로톤이 4.11% 급등했고 아마존도 1.30%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기술주들이 다시 오르면서 나스닥만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증시가 지속되는 오름세에 조금씩 지쳐가는 듯한 모습"이라며 "이럴 때 뭔가 터지면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러 투자심리 지표를 볼 때 투자자들은 안이한 상태에 있다"며 "이는 내년 초 증시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날 이슈가 됐던 종목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항공주. 여행주
항공주들은 최근 급등했습니다. 델타항공의 경우 지난 10월 말부터 40% 가량 올랐습니다. 메리어트호텔 등 각종 여행주도 비슷합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2021년 항공우주산업 전망에서 내년 최고의 주식으로 보잉을 선정했습니다. "2021년은 세계가 다시 날아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코스트코의 크레이그 젤리넥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봄부터는 여행과 휘발유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는 걸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케빈 오릴리 오릴리투자자문 설립자는 "라스베이거스 등 대형 컨벤션센터에 내년 여름까지 예약되어 있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아무 것도 없다"며 "항공 수요는 향후 2~3년에 걸쳐 천천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항공여행업은 마진율이 낮다"면서 "매출이 20% 줄어든 상태라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이날 3.4% 급락하는 등 주요 항공사 주가가 모두 내렸습니다. 크루즈 회사인 카니발과 로열 캐러비안 크루즈도 각각 1.81%, 3.18% 하락했습니다.
IPO 주식
지난주 연이어 상장한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는 기업공개(IPO) 버블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각각 80%, 110% 이상 높게 형성되면서 폭등한 탓입니다. 올해 IPO한 기업들의 80%는 여전히 적자 상태지만 주가는 상장 후 급등했습니다. 1999년 닷컴 버블 때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이런 분석이 알려지면서 에어비앤비는 이날 6.64% 급락해 주당 13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상장 첫날 장중 165달러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20% 이상 내린 것입니다.
디즈니
디즈니는 지난 10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가 868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작년 11월 출시할 때 밝혔던 5년내 목표치를 1년 만에 달성한 것입니다. (디즈니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고객들에게 1년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여세를 몰아 2024년까지 2억3000만 명~2억6000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새로운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BMO캐피탈마켓의 대니얼 새먼 애널리스트는 디즈니 목표 주가를 165달러에서 185달러로 높이면서도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시장평균'으로 낮췄습니다. 새먼 애널리스트는 "백신 접종률이 나아지면 디즈니가 '경제 재개' 테마로 계속 힘을 받겠지만, 최근 백신 뉴스와 투자자의 날 이후 주가가 여러 차례 급등한 탓에 지금은 옆으로 물러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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