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폭우에 상당수 나무 쓰러져…절경 기다리는 사진가들 탄식
'한국 대표 겨울 비경' 소양강 상고대…올해는 초라해질 듯
강원 태백산, 제주 한라산, 전북 덕유산과 함께 대한민국 상고대 절경지로 꼽히는 춘천 소양강.
한파와 습도, 적당한 바람의 삼박자가 갖춰지면 강물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금세 나뭇가지 위로 얼어붙어 흰 꽃을 피운다.

엘사가 다녀간 듯 겨울왕국으로 변한 소양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소양강에 상고대가 필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면 전국의 사진가들은 촬영 포인트인 소양3교로 몰려든다.

하지만 올겨울 이곳을 찾는 사진가들은 적잖이 실망하게 될 수 있다.

겨울왕국의 무대가 되는 소양강의 나무군락이 힘없이 쓰려졌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 겨울 비경' 소양강 상고대…올해는 초라해질 듯
올여름 집중호우는 3년 동안 굳게 닫혔던 소양강댐의 수문을 활짝 열게 했다.

댐은 초당 최대 3천t의 어마어마한 물을 쏟아냈고, 겨울이면 상고대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뿌리를 드러낸 채 넘어가 버렸다.

가지들이 서로 닿아 빼곡한 숲을 이뤘던 소양3교 아래는 풀도, 나무도 옆으로 누워 넉 달 전 홍수의 위력을 다시 실감케 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몽환의 섬'을 연출하던 소양2교와 3교 사이 버드나무 군락도 초라하게 변했다.

가지를 쉼터 삼던 민물가마우지들도 여기서 모습을 감췄다.

'한국 대표 겨울 비경' 소양강 상고대…올해는 초라해질 듯
지난 9일 오후, 소양3교 인근에서 강변 풍경을 찍던 시민 최경희(67)씨는 "매해 겨울이면 상고대를 찍기 위해 몇 번이고 여기 오는데 올겨울은 절경 대신 초라한 풍경이 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강물 속에 나무가 싹을 틔우기도 쉽지 않은데 다시 빽빽한 숲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올겨울 춘천행은 잠시 미뤄야 할 것 같다", "겨울이면 춘천에서 상고대 찍은 뒤 닭갈비 먹고 오는 재미가 있었는데 아쉽다"고 탄식했다.

'한국 대표 겨울 비경' 소양강 상고대…올해는 초라해질 듯
춘천시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공 구조물이 아니라 보수가 힘들고, 특히 강물 속에 나무를 심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소양강 상고대 비경이 훼손된 것이 안타깝지만, 변한 모습 나름대로 풍경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 겨울 비경' 소양강 상고대…올해는 초라해질 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