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칠성동 직선거리 600m 안에서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가 벌인 '마트 대전'이 막을 내린다.
1997년 9월 칠성동에 문을 연 홈플러스 대구점은 최근 매각됐다.

대형 마트가 생소한 시기에 새로운 업태를 접한 시민 반응은 뜨거웠다.
매장 밖에는 진입하려는 차들이 길게 줄지었고 내부는 밀려든 고객이 넘쳐났다.
당시 홈플러스를 운영한 삼성물산은 그룹 주력기업 중 하나였던 제일모직의 상징성을 고려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대구 곳곳에 대형 마트가 들어서고 인근에 경쟁 점포가 생기면서 고전을 거듭했다.
온라인 시장 확대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업 불황이 지속하고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쳐 매출이 급감하자 매각 결정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 측은 점포가 팔렸으나 내년 말까지 영업한다고 9일 밝혔다.

넓은 야외 주차장 등 편의성을 앞세워 매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칠성점은 지난해 홈플러스의 2배가 넘는 실적을 올렸다.
지난 4일에는 개점 19년 만에 식품 매장을 확대하고 전자제품 전문 매장인 일렉트로마트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시장이 불황이지만, 오프라인 강점인 신선식품을 강화해 불황을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칠성점은 홈플러스 대구점 매각 결정에 이어 후발주자인 롯데마트 칠성점의 연말 폐점으로 이 지역 '유통 삼국지'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대형 마트 영업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경쟁 점포가 2개나 있는 곳에 뛰어든 것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팽배했다.
매장 인허가 문제로 관할구청과 소송전 끝에 개점에 성공해 홈플러스 대구점을 따라잡기도 했지만, 결국 3년 만에 짐을 싼다.
새로운 매장 구성, 다양한 편의시설 등을 앞세웠지만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다 불편한 동선 등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
롯데쇼핑의 매출 부진에 따른 롯데마트 점포 축소 방침에 오는 31일 폐점한다.
자체브랜드(PB) 상품·잡화 등을 90% 이상 할인 판매하는 고별전을 진행 중이다.
떠난 자리에는 49층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국내에 대형 마트라는 업태가 선보인 뒤 가장 '핫'했다고 하는 홈플러스 대구점 개점 이후 20여년.
이곳에서 벌어진 마트 대전은 승자에게 영고성쇠(榮枯盛衰)라는 불변의 법칙을 되새기며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