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북 전남 경북 경기 충북 등에서 AI가 차례로 발생했다. 살처분 가금류는 270만 마리를 웃돈다. 유통업계에선 닭·오리고기와 계란 가격이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농장 주변까지 와 있는 상황”이라며 “최고 수준의 강화된 방역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충북 음성 메추리 농장이 다섯 번째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 여주의 메추리 농장과 전남 나주의 오리 농장에서는 이날 집단 폐사로 인한 의심 신고가 잇따라 들어왔다.

고병원성 AI는 지난달 26일 전북 정읍의 오리 농장에서 2년8개월 만에 처음 발생한 뒤 지난 1일 경북 상주, 4일 전남 영암, 7일 경기 여주 등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전국 8개 도 중 5개 도가 뚫렸다.

고병원성 AI는 시베리아 등 북쪽에서 날아온 철새를 따라 국내로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장 주변 철새 도래지 등에서 오염된 야생 조류를 통해 농장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농장 간 수평 전파 정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면서도 “역학조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가금류 살처분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7일까지 23개 농가에서 산란계 50만1000마리, 육계 70만3000마리, 오리 34만9000마리 등이 살처분됐다. 이후 여주에서 닭과 오리 21만 마리가, 음성에서 메추리와 닭 등 100만 마리가 살처분된 것을 고려하면 11일간 총 276만3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인 나주 등에서 AI 확진 판정이 나올 경우 살처분 마릿수는 3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선 닭고기와 오리고기, 계란 가격이 크게 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실장은 “공급 및 재고량이 충분하다”며 “살처분 마릿수는 연간 출하 마릿수의 1%가 채 되지 않아 아직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