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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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막바지 담판을 앞둔 가운데 시장에선 협상 타결 여부와 상관 없이 영국 주식과 파운드화 비중을 높여야 할 때라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올해 코로나19로 소외됐던 중소형주, 낙폭과대주, 가치주 등이 강세를 띄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Reflation Trade)'가 이어지면 영국 시장이 순환매의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뉴욕멜론은행의 조프리 유 스트래티지스트는 CNBC를 통해 "영국의 브렉시트 딜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영국 주식과 통화 모두 비중을 늘려야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리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브렉시트와 상관 없이 FTSE100 지수는 사이클상 강세를 띌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현재 통화가치가 협상에 상관 없이 중국 위안화, 한국 원화, 대만 달러 등 아시아 통화보다도 저평가 돼 있는 상태라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파운드화는 지난달 달러 대비 1.5% 올라 위안화 상승률(0.3%)를 세 배 웃돌았다.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는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물가가 적당한 인플레이션까지 이를 정도로 완만히 높아지는 걸 예상해 수혜주를 사는 걸 뜻한다. 이럴 땐 통상 경기에 민감한 경기순환주, 소형주, 가치주 등이 각광을 받는다.

유럽 안팎에선 브렉시트 협상이 연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관세 등 무역 장벽이 발생해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나가는 '노딜 브렉시트'와 다름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쇼크가 더 컸기 때문에 브렉시트로 인한 타격이 오히려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보고서를 통해 "올해로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나도 영국에 베팅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영국이 내년 코로나19에서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연 7%의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이 새로 체결하게 될 자유무엽협상(FTA)과 코로나 백신 배포 등도 파운드화 가치를 끌어올릴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영국 주식이 유럽 시장에 비해 10~15% 저평가 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영국 증시 특성상 가치주의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증시는 유니레버, 디아지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 레킨벤키저 등 소비재주와 BHP, 리오틴토, BP 등 에너지, HSBC 은행주 등 경기 민감주가 시가총액 상위를 구성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엔 아스트라제네카,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제약·바이오주도 급등해 비중이 커졌다.

영국은 지난 1월 31일 EU를 탈퇴하면서 올해 말까지 전환기간을 두고 EU와 무역협정 등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하지만 양측은 공정경쟁 여건 조성, 어업 등 주요 쟁점에서 이견을 보이며 막바지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오는 10~11일 EU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번주가 브렉시트 합의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