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생사위기 멕시코 교민 고국서 '폐이식 성공' 새 삶
멕시코에서 코로나19에 걸려 폐 기능을 대부분 상실한 50대 교민이 서울아산병원 의료진 덕에 새 삶을 찾았다.

8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멕시코 교민 김충영 씨(55·왼쪽 세 번째)가 국내에서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6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멕시코시티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폐섬유증까지 발생해 폐기능을 거의 잃었다. 현지 의료진이 김씨 가족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할 정도로 상태는 심각했다.

김씨 가족은 환자 전용 수송기 에어앰뷸런스에 태워 김씨를 멕시코 동북부 몬테레이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다. 이곳은 멕시코에서 유일하게 폐이식 수술 성공 경험이 있는 곳이었지만 의료진은 김씨의 상태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아들 정재준 씨(34)는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고국의 병원에 이메일을 보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수차례 논의 끝에 한국서의 폐이식 수술을 결정했다. 김씨는 8월 9일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한 달 뒤 이식 가능한 뇌사자의 폐가 확인돼 폐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폐이식을 한 환자 130명 이상에서 5년 생존율 62%이라는 세계적인 성과를 냈다. 1년, 3년 생존율도 각각 78%, 67%를 기록했다. 박승일 흉부외과 교수는 “김씨는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재외국민을 고국에서 살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삶이 끝난다고 생각할 정도로 막막한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폐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