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했지만 사실상 부동산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후임 국토부 장관에는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내정됐다. 변 내정자는 세종대 교수 출신으로 시민단체를 거쳐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변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초를 닦았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김 전 실장은 과거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을 쓴 바 있지만 정작 소유한 아파트가 2017년 1월 9억 원에서 지난해 19억 4000만 원으로 116% 상승해 논란이 됐었다.

김수현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연이어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인사다. 보수 야권은 문재인 정부가 김 전 실장을 임명하자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인사들 재기용 한다"며 비판했었다. 김수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악화시킨 채 물러났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김수현 전 실장 측근을 국토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다.

변 내정자는 지난 10월 국회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주거복지에 특히 공공임대주택이나 저소득층, 비주택 거주자 같은 부분에 대해서 어떤 정부보다 많이 빨리 세심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 국회에선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부동산 정책을 비교하며 "(문재인 정부가)제일 잘한다"며 성적으로는 "중상(中上)"이라고 했다. 이어 "상황이 다 달라서 (평가가) 어렵다"면서도 "앞의 두 정부는 비교적 (부동산 정책을 펴기에) 쉬운 시기였다"고 했다.

변 내정자는 전·월세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임대차 3법'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임대료 인상을 목적으로 2년마다 사람을 나가게 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기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사진=뉴스1
변 내정자는 201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임차인을 보호하려면 최소 6년을 안정적으로 살게 해줘야 한다"며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바꾸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주는 '3+3', 또는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유지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두 번 주는 '2+2+2' 방법을 제시했다.

청와대도 부동산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인정했다. 청와대는 김현미 장관을 교체한 것과 관련해 "경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김 장관이) 성과를 많이 냈다.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라며 "다만 새로운 정책 변화에 대한 수요도 있는 상황이다. 변화된 환경에 맞춰 좀 더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국토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24번의 부동산 정책실패의 책임을 떠안고 경질된 김현미 장관의 후임 인사는 그간의 행보에 비춰 비구름이 지나가니 우박이 쏟아지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고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