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자야 일도 잘돼"…일본서 '수면테크' 뜬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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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중 수면시간 가장 짧은 일본, 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코로나 이후 '수면의 질' 수요 높아져
필립스·애플 등 글로벌기업에 창업 450년 침구전문업체도 '도전장'
코로나 이후 '수면의 질' 수요 높아져
필립스·애플 등 글로벌기업에 창업 450년 침구전문업체도 '도전장'
첨단 기술을 활용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수면(슬립) 테크'가 일본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만성 수면부족으로 연간 15조엔(약 157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는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특히 커지고 있어서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필립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 수면테크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가운데 일본도 450년된 침구 전문업체 니시카와가 파나소닉과 제휴해 자국 수면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필립스는 지난달 일본시장에서 '광(光)알람시계(사진)'를 팔기 시작했다. 기상 시간 30분 전부터 발광다이오드(LED)로 실내를 서서히 밝혀 흡사 자연 속에서 햇볕을 받으며 눈 뜨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기기다. 대당 1만4960엔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200만대가 팔렸다. 필립스재팬 관계자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진 사람이 늘고 있어 이를 개선하려는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면장애 진단 및 치료용 의료기기에 강한 필립스는 지난해 센서를 통해 잠 들었을 때의 뇌파를 측정하고 효과음을 발생시켜 숙면상태를 유지하는 헤드밴드형 기기도 발매했다. 광알람시계는 수면테크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필립스의 두번째 작품이다.
애플도 지난 9월 발매한 애플워치에 수면기록 기능을 추가했다. 잠잘 때 뒤척임을 센서로 포착하고, 수면시간을 산출해 앱으로 관리한다. 구글도 웨어러블 단말기를 개발하는 미국 피트비트 인수에 나서 수면테크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기업들이 특히 주목하는 시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22분으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짧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이 노동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연간 15조엔의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생활리듬이 크게 변한 부분도 기업들이 수면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일본 침구 판매회사 흅노스가 지난 8월 일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 '코로나19 이후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수면의 질이 높아졌다'는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미국 조사회사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등을 포함한 전세계 수면테크 기기 시장은 2026년 약 320억달러로 2019년에 비해 3배 가량 커질 전망이다. 일본의 침구 전문업체들도 침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고 있다. 1566년 창업한 니시카와는 지난 3월 파나소닉과 공동 개발한 매트리스 '에어커넥티드(사진)'를 내놨다. 니시카와의 매트리스에는 파나소닉의 센서가 내장돼 있어 각종 가전제품과 연동이 가능하다. 수면 시 뒤척거림이나 코골이 등을 초단위로 측정해 에어콘의 온도와 방향을 제어하는 한편, 조명의 밝기와 음향 등을 조절해 쾌적한 수면을 돕는다. 니시카와는 수면테크 사업을 매트리스(14만800엔) 판매 뿐 아니라 매월 990엔의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 정기구독(서브스크립션)형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니시카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침구류 같은 거주공간에 대한 소비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회원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배려하는 '건강경영'이 확산되는 추세도 일본의 수면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다. 스타트업 뉴로스페이스는 이불 밑에 설치해 수면상태를 측정하는 장비를 임대하고 있다. 약 3개월의 대여기간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의 질 개선을 지원한다. 심야 근무인원이 많은 도쿄메트로와 재택근무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닛신식품 홀딩스 등 15개 기업 1200여명이 뉴로스페이스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필립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 수면테크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가운데 일본도 450년된 침구 전문업체 니시카와가 파나소닉과 제휴해 자국 수면테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필립스는 지난달 일본시장에서 '광(光)알람시계(사진)'를 팔기 시작했다. 기상 시간 30분 전부터 발광다이오드(LED)로 실내를 서서히 밝혀 흡사 자연 속에서 햇볕을 받으며 눈 뜨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기기다. 대당 1만4960엔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200만대가 팔렸다. 필립스재팬 관계자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진 사람이 늘고 있어 이를 개선하려는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면장애 진단 및 치료용 의료기기에 강한 필립스는 지난해 센서를 통해 잠 들었을 때의 뇌파를 측정하고 효과음을 발생시켜 숙면상태를 유지하는 헤드밴드형 기기도 발매했다. 광알람시계는 수면테크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필립스의 두번째 작품이다.
애플도 지난 9월 발매한 애플워치에 수면기록 기능을 추가했다. 잠잘 때 뒤척임을 센서로 포착하고, 수면시간을 산출해 앱으로 관리한다. 구글도 웨어러블 단말기를 개발하는 미국 피트비트 인수에 나서 수면테크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글로벌 기업들이 특히 주목하는 시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22분으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짧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이 노동생산성 악화로 이어져 연간 15조엔의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생활리듬이 크게 변한 부분도 기업들이 수면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일본 침구 판매회사 흅노스가 지난 8월 일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0%가 '코로나19 이후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수면의 질이 높아졌다'는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미국 조사회사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등을 포함한 전세계 수면테크 기기 시장은 2026년 약 320억달러로 2019년에 비해 3배 가량 커질 전망이다. 일본의 침구 전문업체들도 침구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고 있다. 1566년 창업한 니시카와는 지난 3월 파나소닉과 공동 개발한 매트리스 '에어커넥티드(사진)'를 내놨다. 니시카와의 매트리스에는 파나소닉의 센서가 내장돼 있어 각종 가전제품과 연동이 가능하다. 수면 시 뒤척거림이나 코골이 등을 초단위로 측정해 에어콘의 온도와 방향을 제어하는 한편, 조명의 밝기와 음향 등을 조절해 쾌적한 수면을 돕는다. 니시카와는 수면테크 사업을 매트리스(14만800엔) 판매 뿐 아니라 매월 990엔의 서비스 이용료를 받는 정기구독(서브스크립션)형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니시카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침구류 같은 거주공간에 대한 소비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회원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사이에서 직원들의 건강을 배려하는 '건강경영'이 확산되는 추세도 일본의 수면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다. 스타트업 뉴로스페이스는 이불 밑에 설치해 수면상태를 측정하는 장비를 임대하고 있다. 약 3개월의 대여기간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의 질 개선을 지원한다. 심야 근무인원이 많은 도쿄메트로와 재택근무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닛신식품 홀딩스 등 15개 기업 1200여명이 뉴로스페이스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