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국책사업(김해신공항) 뒤집기에 맞서 똘똘 뭉쳐도 모자랄 제1야당 국민의힘이 부산지역 의원과 대구·경북 의원으로 갈라져 내홍인 것은 참으로 딱하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으로부터 ‘학교 학생회보다 못한 정치력’이란 놀림을 받을 정도다. 여기에 집 가진 사람은 세금폭탄으로, 집 없는 사람은 전세대란으로 고통받는데 당 차원의 부동산 정책 대안을 이제서야 강구한다니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공수처법 등 여당의 폭주에 당론도 정리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에 정권 견제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이 24번째 정부대책이 나온 뒤에야 부동산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은 이슈 싸움으로 ‘부동산’만 한 게 없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비(非)전문가인 김희국·유경준 의원에게 발주됐다는 소식에 한 번 더 실망하게 된다. 김 의원은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낸 물류·수자원 분야 전문가이고, 유 의원도 통계 전문가일 뿐이다. 부동산이야말로 현 정부의 가장 큰 실책(失策)인지라 야당으로서 더욱 선명성을 띨 수 있을 텐데,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을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다.

신공항 이슈는 지역 숙원사업이란 점에서 야당으로서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기에 당 지도부가 더욱 중심을 잡고 ‘원점 재검토’ 등을 주문했어야 맞다. 그러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부터 되레 “가덕신공항에 대한 강구를 적극 할 수밖에 없다”고 하니 부산지역 의원들이 가덕신공항특별법을 재빨리 발의하고, 대구·경북은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집안싸움을 벌이는 것 아닌가. 여당의 갈라치기에 부화뇌동하며 ‘가덕신공항 곁불을 쬐려 한다’는 비난을 자초한 꼴이다.

국민의힘이 ‘견제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야당’이란 비난을 듣는 데엔 김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그가 찬성 의사를 밝힌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인한 기업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 위원장 고집에 밀렸는지, 국민의힘은 차등의결권,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등의 대안은 일절 언급조차 없다. 지도부만 탓할 일도 아니다. 민주당에는 ‘△△법은 OOO 의원’ 식으로 치열하게 싸우는 의원들이 즐비한데, 국민의힘에는 그런 의원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래 가지고 다음 선거에서 ‘대안정당’ ‘수권정당’이라고 호소할 수 있겠나. 제대로 된 견제와 비판을 할 줄 모르는 야당이라면 없는 게 낫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