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길 교수 신간 '대한민국 인사혁명'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적재적소(適材適所)해야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구성원도 보람 속에 행복해진다.

대한민국 인사 현실에 대한 진단과 함께 대안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세종대 행정학과 이창길 교수가 쓴 '대한민국 인사혁명'이 그것이다.

저자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70여 년간 수차례 인사 개혁이 추진됐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고 안타까워한다.

계급과 경력 중심의 인사 체계는 오랜 관행이 됐고, 인사 이동과 승진, 보수 체계 또한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거다.

조직 내 인권과 평등, 공정의 가치는 여전히 뒷전이고, 영혼 없는 복종과 침묵만 감돈다.

피인사자는 명령과 폭력에 시달리는 피지배자 같고, 아무 죄 없이 조사받는 피의자와도 같다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대한민국은 인사군주국인가, 아니면 인사공화국인가'라는 물음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역사적 진보는 도전적 인간들의 자발적인 운동을 통해 이뤄졌다"며 "이제 피인사자들은 조직의 명령에 묵묵히 복종하는 '조직인'이 아니라 건강한 교양과 정신을 갖춘 '조직시민'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히 공직사회의 인사혁명은 조직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고 국민이 맡긴 책무를 다하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인사혁명을 '민주혁명', '조직혁명', '제도혁명', '세대혁명'이라는 네 가지 측면에서 정의한다.

먼저 민주혁명이다.

정치·사회 전반의 민주화 과정을 거쳤음에도 대화와 소통보다 결정과 결론을 다그치는 경우가 많고, 참여와 토론과 논쟁은 시간 낭비로 여긴다.

하지만 일체의 소음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다음은 조직혁명. 이는 조직에 민주주의가 살아 있고, 인사 속에 휴머니즘을 되살리는 일이다.

조직과 개인의 접점을 찾아 조직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고, 나아가 민주적 책무를 다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모든 혁명은 '운동'으로 시작하지만 '제도'로써 완성된다.

우리 사회는 수차례 혁명을 시도했으나 완성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인사 제도의 변화 없이 성공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이제는 제도 변화로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과거와 달리 삶과 행복의 패러다임도 뚜렷이 바뀌고 있다.

따라서 기존 인사 제도로는 구성원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지 못한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기성세대가 90년대생 청년세대를 위해 마무리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가 바로 인사혁명이다.

저자는 인사혁명의 핵심 가치를 '인권', '공정', '영혼', '민주'로 보고 인사 철학과 방향에 관한 22가지 질문을 차례로 던져나간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도 함께 제시한다.

세월호 참사부터 공직사회의 상징적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과거와 현재, 외국의 모범적 사례와 경험, 고전문학과 역사·철학에 담긴 외침들로 현실이고 구체적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것이다.

기존의 '수직 문화'에서 새로운 '수평 문화'로 나아가자는 뜻이라고도 하겠다.

이 교수는 서문에서 "제2의 다산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나의 경험과 생각을 책에 담았다.

200년 전 봉건적 유교 문화에 반기를 들었던 다산의 민본주의적 실학 혁명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이어 "20세기의 삭막한 '피로사회'를 뒤로하고 21세기 휴머니즘 인사혁명을 상상해본다"며 "공공부문 종사자를 포함해 2천700만 명에 이르는 취업자들의 웃음과 행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덧붙인다.

나무와숲. 320쪽. 1만8천원.
"인사 '군주제'를 인사 '공화국'으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