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사진)이 16일 “탄소 중립 시대를 대비해 친환경·저탄소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성 장관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민관 연구원 기관장들과 ‘산업전략 대화’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참석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미국 정권 교체, 탄소 중립 등 주요 현안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을 모색했다.성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라며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탄소중립의 중요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주력 산업 중 철강과 석유화학처럼 탄소 배출이 많은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개발해 환경 친화형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바이오와 미래차 등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성 장관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경제가 확대되고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에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와 제조업 육성 기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구조 혁신 △산업 활력 제고 △연대와 협력 등 ‘3대 산업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오 소재와 부품, 장비는 물론 전기차 배터리 대여 등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이날 행사에서 산업부는 회계법인 삼정KPMG가 진행한 ‘코로나 시대 산업전략’ 연구용역 결과도 공개했다. 연구용역에 따르면 반도체의 장비 국산화율이 20%에 머무는 등 국산 부품의 자립도가 전반적으로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철강 역시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탄소 저감 공정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5일 이례적으로 대규모 동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는 세종시의 산업통상자원부,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대구 한국가스공사 등을 샅샅이 수색했다. 대상엔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의 집무실, 산업부 실무자의 서울 자택과 휴대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와 원전업계 일각에선 검찰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까지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채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지시가 있었다”면서도 청와대 개입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한계 드러낸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검찰은 지난달 20일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보고서를 발표한 뒤 보내온 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의 밑그림을 그렸다. 해당 보고서는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주요 근거였던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고 결론내렸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월성 1호기 가동을 즉시 멈추는 쪽으로 하라”고 위법한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산업부 공무원들이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을 압박해 경제성을 억지로 낮췄다는 것이다.감사원은 다만 청와대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에게도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만 내렸다. 백 전 장관 등 관련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은 재취업을 금지하는 등 경미한 수준에 그쳤고, 감사 과정에서 문서 444건 등을 삭제한 관련 공무원 두 명에게만 징계를 요구했다. 직접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 1년 넘게 월성 원전을 감사하면서 수집한 ‘수사 참고 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기기만 했다.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채희봉 당시 비서관이 장관 결재를 받아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쪽으로 보고하라고 행정관을 통해 산업부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형사 고발도 검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감사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친여권 성향 감사위원들에게 가로막혀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 및 진술만으로도 관련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일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가, 증거 인멸에 대해서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검찰, 청와대 정조준하나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증거 확보다. 관련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여 뒤 수사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유의미한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관련자들이 적극적인 증거 인멸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산업부는 담당 공무원이 감사 당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 숨어 들어가 다른 직원 컴퓨터에서 관련 자료 444건을 몰래 삭제했던 전력이 있다. 이 과정에서 포렌식을 어렵게 하는 삭제 방법도 동원됐다. 이날 검찰의 저인망식 압수수색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증거가 사라지기 전 확보 가능한 모든 자료를 미리 쌓아두고, 이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어서다.검찰이 진실 규명에 성공하려면 정부와 여권의 조직적 저항을 뚫어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산업부는 감사보고서 발표 뒤 일관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경제성 평가는 여러 방법과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절한 절차와 규정, 행정지도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해 감사·수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가 에너지 정책을 경제성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난센스 같은 일”이라고 했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결과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산업부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을 압박했고, 이에 따라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지난 20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 공식 불복한 것이다.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 도중 파일 444건을 삭제한 사건에 대해서는 “충격적인 일이고 유감이지만 산업부 차원의 조직적인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장관이 감사원의 역할과 권위를 정면 부정하는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부처 관계자는 “장관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이렇게 대놓고 불복하고 감사원을 부정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장관이 책임 회피” 지적 나와성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냈는데 인정하느냐”는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경제성 평가는 여러 방법과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절한 절차와 규정, 행정지도에 의해 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또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고, 변수 선정 등에서 기술적 검토가 일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고 했다. 이는 “월성 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 결론과 상반되는 인식이다. 성 장관에 앞서 산업부도 지난 20일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 공개 후 수용할 수 없다며 재심청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문을 냈다.성 장관은 오후 이어진 국정감사에서 “감사원 결과를 부정하느냐”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는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산업부가 낸 여러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서는 “성 장관이 책임 회피를 위해 동문서답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성 장관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서는 “결정에 문제가 없었고 재가동할 생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감사원의 지적은 경제성 평가에 국한된 것이고, 조기 폐쇄 결정 자체는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문재인 대통령 의중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냐는 질문에는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 국무회의 등 프로세스를 거쳐 이뤄졌다”고 답했다.성 장관은 산업부 공무원이 감사 도중 관련 자료를 대거 삭제한 일과 관련해선 “스스로 한 행동일 뿐 산업부 차원에서 지시한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그는 “정말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자료를 삭제했다고 보기 어렵다”(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는 질문에는 격앙된 목소리로 “어떻게 그런 일을 정부가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충격적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산업부가 문서 폐기를 ‘적극행정 면책’ 대상으로 신청했다는 지적에는 “문서 폐기가 적극행정은 아니고,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이 적극행정이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국기문란” “정치감사” 여야 난타전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에 국한된 문제를 탈원전 정책으로 정쟁화해서는 안 된다고 나섰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번 감사와 탈원전 정책의 연관성은 없다”며 “월성 1호기 감사도 경제성 이외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기 폐쇄 자체가 부당하다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감사원 감사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감사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다는 수많은 언론 보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도 “애초 여당이 야당 말을 받아들여줘 감사 요청을 한 것 자체가 아쉽다”고 했다.고성과 막말도 오갔다. 야당 의원들이 “국기 문란 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산업부 장관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엎드렸다”(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등 거세게 정부를 비판하자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유감을 밝힌 게 발단이었다. 언쟁이 격화되면서 “어디서 끼어들어”(송갑석 의원) “어디서 삿대질이야. 한 대 치겠습니다”(김정재 의원) 등의 발언도 나왔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