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휴머니즘·코미디 담아 호평…영리한 8부작 편성
드라마, 드라마틱한 '산후조리원'의 문을 열다
왕도(王道)도 없고 정도(正道)도 없다.

산모 10명이면 100가지 사례가 발생하는 임신·출산·육아의 세계. 그 드라마틱한 세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산후조리원이 드라마 소재로도 채택됐다.

tvN 월화극 '산후조리원'은 특수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감 나게, 감동적으로, 그러면서도 코믹하게 다뤄 호평받고 있다.

보통 산모들이 2주가량 머무는 특성을 고려해 분량도 8부작으로 맞춘 영리함 덕분에 옆으로 샐 틈도 없이 짧고 굵다.

극 중 배경이 되는 세레니티 조리원에 모인 산모들은 각양각색이다.

주인공 현진(엄지원 분)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이지만 이곳에서는 최고령 산모다.

'프로 전업주부'로 모든 엄마의 부러움을 사는 은정(박하선) 같은 산모가 있는가 하면, 스물다섯의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루다(최리), 전직 유치원 교사로 육아에 대한 정보를 마스터한 윤지(임화영) 같은 다양한 엄마가 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하루 만에 인생의 중심이 완전히 아이가 된"(김지수 '산후조리원' 작가) 점과 아이에 맞춰 모유 수유부터 찢어진 회음부를 회복하기 위한 좌욕까지 모든 일과가 돌아가는 부분은 만인에게 동등하다.

완벽하게 보였던 은정은 알고 보니 남편이 쌍둥이들을 맡기면서 어쩔 수 없이 조리원에서 몰래 아이들을 보고 있었고, 남 부러울 것 없을 것 같은 톱배우 효린(박시연)은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35㎏이 찌면서 밖에 나가길 두려워했다.

방마다 들여다보면 고통 없는 산모는 없다는 것이다.

드라마, 드라마틱한 '산후조리원'의 문을 열다
또 폐쇄적인 공간 특성상 산모들은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지 않는 이상 마주치게 되고 관계성이 생겨난다.

이 과정에서 갈등과 연대, 웃음과 눈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역시 드라마로 만들기 딱 좋은 부분이다.

'산후조리원'도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10일 방송한 4회에서는 산모들을 놀라게 한 모유 도둑이 톱스타 효린이었고, 몸이 엄청나게 불어나 괴로워하는 효린을 위로하는 동기 산모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효린이 무사히 퇴소할 수 있게 메이크업을 도와주던 산모들은 결국 "산모가 말라깽이인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라며 효린에게 용기를 준다.

또 각자 괴로운 상황을 고백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고, 산부인과 의사나 산후조리원 원장 등 전문가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tvN은 전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더해지니 조리원 관찰 예능을 보는 듯하다.

이밖에 초반 현진이 출산 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나 루다가 매번 식사로 나와 물리는 미역국에 라면수프를 넣는 장면 등은 코믹하게 그려지고, 모유 젖병 도난 사건 같은 미스터리 요소도 첨가해 출산 경험이 없는 시청자들도 드라마 자체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드라마, 드라마틱한 '산후조리원'의 문을 열다
조리원이라는 특별한 배경과 아기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리원은 지난 5월 세트장으로 꾸려져 약 3개월간 촬영했으며, 분유나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 관찰 카메라 등 여타 드라마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소품들은 협찬으로 마련됐다고 한다.

드라마 관계자는 12일 "가장 중요한 아기 출연자들은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만큼 응급팀이 항시 대기했고 보호자가 옆에서 촬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장시간 촬영하지 않고 회차를 끊어 짧게 촬영했다"며 "아기 컨디션을 위주로 하며 울 땐 우는 장면을 찍고 기분 좋아할 때는 그대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